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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시한폭탄’ 심장-심방세동 유병률 두 배 급증…고령사회에서 대응 전략은?

by obusylife 2025. 6.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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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사이, 심장의 리듬이 뒤흔들리고 있습니다.
2013년에는 전체 인구 중 1.1%였던 심방세동 유병률이 2023년에는 무려 2.2%까지 치솟았습니다. 불과 10년 만에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입니다. 특히 80세 이상 고령층에서는 유병률이 13%에 달해, 사실상 10명 중 1명이 이 심장 질환을 안고 살아가고 있는 셈입니다.

지난 6월 20일, 대한부정맥학회가 주최한 국제학술대회 기자간담회에서는 이러한 충격적인 통계가 공개되었고, 그에 따른 국내 의료 시스템의 대응 필요성이 강조되었습니다. 오늘은 이 간담회에서 제기된 핵심 이슈와 우리가 주목해야 할 변화, 그리고 환자와 보호자, 의료진이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들을 블로거의 시선에서 자세히 풀어보겠습니다.


심장이 불규칙하게 뛴다는 것의 의미: 심방세동의 실체

심방세동(Atrial Fibrillation, 이하 AF)은 흔히 “부정맥”의 대표 격으로 언급되는 질환입니다. 심장이 박동을 조절하는 전기 신호에 이상이 생기면서 심방이 비정상적으로 수축해 불규칙한 맥박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입니다.

문제는 이 부정맥이 단순한 가슴 두근거림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심방 내 혈류가 정체되며 혈전이 생기고, 이 혈전이 뇌로 이동하면 뇌졸중으로 이어집니다. 실제로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 발생률은 일반인보다 5배 이상 높습니다.
뇌졸중은 갑작스럽고 치명적인 후유증을 남기는 질환이기 때문에 심방세동은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침묵의 시한폭탄’이라 불립니다.


심방세동 환자, 누가 얼마나 많고 어떤 문제가 있나

이번 간담회에서는 2013년부터 2022년까지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장기 분석 결과가 소개됐습니다. 심방세동 유병률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는 점 외에도, 평균 환자 연령이 70.3세로 고령층에 집중되어 있다는 사실도 재확인됐습니다.
고령 환자의 다수가 고혈압, 당뇨병, 심부전 등 만성질환을 함께 앓고 있어, 치료의 복잡성이 크고 위험도도 높습니다.

이를 수치로 나타내면, 뇌졸중 고위험군을 가늠하는 ‘CHA₂DS₂-VASc 점수’의 평균이 3.6점이며, 2점 이상을 받은 환자가 무려 83%에 달합니다. 이는 적극적인 항응고제 처방이 절실하다는 뜻입니다.


약은 늘었지만, 지역 격차와 치료율은 여전히 숙제

항응고제 처방률은 2015년 이후 큰 폭으로 증가했지만, 여전히 지역별 편차는 뚜렷합니다.
예컨대 서울은 80.5%, 제주도는 82.1%로 비교적 높은 처방률을 보이는 반면, 전북은 62.9%로 20% p 가량 낮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의료 접근성이나 지역 내 심장 전문 인프라의 부족이 원인으로 지적됩니다.

또한 심방세동을 정상 박동으로 돌려놓기 위한 항부정맥약 처방률은 16.4%, 시술적 치료인 *전극도자절제술 시행률은 0.71%*에 불과합니다. 이는 미국, 유럽 등 선진국 대비 현저히 낮은 수준입니다. 그만큼 국내에서는 시술 접근성이나 인식의 장벽이 여전히 높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국산화된 가이드라인의 등장: 현실에 맞는 진료 지침

이번 간담회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발표 중 하나는 국내 최초의 ‘대한부정맥학회 부정맥 진료지침’ 발간 소식입니다. 지금까지는 미국심장학회(ACC), 유럽심장학회(ESC) 등의 가이드라인을 차용해 왔지만, 현실적으로 한국 의료 환경에 바로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었습니다.

이번 지침은 국내 환자의 생활습관, 의료 자원, 보험 체계 등을 반영해, 1차 진료부터 대학병원 전문진료까지 폭넓게 활용될 수 있도록 구성되었습니다. 특히 심방세동 외에도 상심실성 빈맥, 실신, 돌연사 등 총 7개 부정맥 질환을 포괄하며, 약물요법, 시술, 삽입형 기기까지 다양한 치료법을 아우릅니다.

성정훈 진료지침이사는 “단순한 번역이 아닌, 현실에 뿌리를 둔 진료 기준이 마련됐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조기검진과 건강검진의 패러다임 전환

심방세동은 조기 진단이 핵심입니다. 하지만 현재 국가건강검진 항목에는 심방세동을 직접적으로 선별할 수 있는 항목이 없습니다. 부정맥학회는 이 점을 강력히 지적하며, 국가건강검진에 심전도 검사 확대 등 선별검사 항목 추가를 촉구했습니다.

이미 유럽이나 일본 일부 국가에서는 65세 이상 인구를 대상으로 심방세동 스크리닝 프로그램이 운영 중입니다. 스마트워치, 패치형 심전도 등 디지털 헬스기기 활용도 활발합니다. 한국 역시 디지털헬스와 공공의료를 결합한 검진 확대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고령사회를 위한 의료정책, 이제는 선제적이어야 한다

심방세동은 단지 고령 환자의 이야기만이 아닙니다.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자라면 중년층도 언제든 환자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질환이 무서운 건, 대부분 무증상 상태로 진행되다 뇌졸중이라는 치명적 결과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한부정맥학회의 이번 발표는 단순한 수치 공개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대한민국이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지금, ‘예방의학’의 시대정신이 본격적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는 강력한 신호탄이기도 합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기술이나 예산이 아니라, 건강을 지키겠다는 의지입니다. 심장은, 준비된 사람의 몸에서 오래 뛸 수 있습니다.


📌 심방세동이 걱정된다면?

  • 정기적인 심전도 검사를 고려하세요.
  • 스마트워치 등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활용해 불규칙한 맥박을 모니터링할 수 있습니다.
  • 평소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관리에 주의하세요.
  • 무엇보다 뇌졸중 가족력이 있다면 반드시 전문의 상담을 받아보시기 바랍니다.

심장은 오늘도, 우리 삶을 조용히 유지해주는 엔진입니다. 그러니, 그 소리에 더 귀를 기울여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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