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청주의 한 아파트에서 붙여놓은 ‘택배 기사 안내문’을 두고 온라인상에서 갑질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문제의 시작은 지난 8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청주 아파트 갑질 택배 안내문에 대한 우려」**라는 제목의 글이었습니다. 글쓴이 A 씨는 엘리베이터에 붙은 안내문을 보고 “참 씁쓸했다”는 심정을 털어놓았습니다.
논란이 된 안내문의 내용
첨부된 사진 속 안내문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뉩니다.
첫째는 ‘협조 사항’ 3가지, 둘째는 ‘금지 사항’ 4가지입니다.
협조 사항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겼습니다.
- 택배 기사는 지정된 승강기만 이용할 것
- 출퇴근 시간대에는 탑승을 자제할 것
- 새벽 배송 시 고층부터 배송할 것
금지 사항에는 조금 더 직설적인 문구들이 나열되어 있습니다.
- 승강기 문틈에 물건 끼워놓기
- 승강기 버튼을 한꺼번에 여러 층 눌러놓는 행위
- 복도에 물건을 집어던져 큰 울림이 발생하는 행위
- 기타 입주민에게 불편을 끼치는 행위
언뜻 보면 관리 차원에서 필요한 지침 같지만, 문제는 문구의 어조입니다.
이 표현들이 ‘강압적’이며, 상호 존중의 태도가 부족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서로 배려가 먼저 아닐까”
택배 기사님들의 업무 환경은 이미 쉽지 않습니다. 무거운 짐을 들고 수십, 수백 세대를 오가야 하고, 여름에는 무더위, 겨울에는 한파 속에서 일을 해야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금지’만 나열하는 안내문은 자칫 노동자에 대한 존중이 부족해 보일 수 있습니다.
“택배가 불편하다면 온라인 쇼핑부터 줄여야?”
택배 기사 출입이 불편하다면, 그 원인을 제공하는 온라인 쇼핑 이용을 줄이는 게 논리적으로 맞지 않냐는 겁니다.
즉, 입주민의 생활 편의를 위해 이뤄지는 배송이면서도, 그 과정에서 기사들에게만 일방적 규제를 가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입니다.
갈등이 커지면 생길 수 있는 상황
이런 분위기가 계속되면
실제로 일부 지역에서는 택배 차량 진입을 막거나, 무인택배함 외 이용을 제한하는 규정 때문에 기사와 입주민 간 갈등이 발생한 사례가 있습니다.
배려와 이해가 해법
이 논란에서 중요한 건 규정 그 자체보다 전달 방식입니다.
동일한 내용을 안내하더라도, 문구를 조금 더 부드럽게 쓰고, 기사님들의 노고를 먼저 인정하는 멘트를 넣는다면 갈등 가능성은 줄어듭니다.
예를 들어,
- “승강기 문틈에 물건을 끼우면 고장이 발생할 수 있으니, 안전을 위해 삼가 부탁드립니다.”
- “출퇴근 시간대에는 입주민들의 이동이 많아 다소 불편하실 수 있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이처럼 부탁과 존중의 어조를 쓰는 것만으로도 안내문의 인상은 크게 달라집니다.
더운 여름, 무거운 짐… ‘그 마음을 헤아리자’
택배 기사님들은 여름철 폭염 속에서도 무거운 박스를 들고 계단과 복도를 오갑니다. 땀에 흠뻑 젖은 채 다음 배송지를 향해 이동하는 모습은 결코 낯설지 않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금지’라는 단어만 가득한 안내문을 접했을 때, 그들의 마음이 어떨지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규정보다 중요한 건 ‘사람’
아파트라는 공동생활공간에서는 입주민의 편의와 안전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아파트를 드나드는 모든 사람을 존중하는 문화가 함께 자리 잡아야 합니다.
택배 기사와 입주민은 ‘서비스 제공자’와 ‘고객’의 관계를 넘어, 같은 공간을 함께 이용하는 이웃입니다.
조금의 배려, 한마디의 따뜻한 표현이 불필요한 갈등을 막고, 서로를 이해하게 만드는 시작점이 될 수 있습니다.
결국 규정보다 중요한 건 사람에 대한 존중과 공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