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뇨 진단을 받게 되면 가장 먼저 주변에서 들리는 말 중 하나는 “과일도 먹으면 안 돼요”라는 조언입니다. 단맛이 나는 과일은 곧 당분이 많다는 인식 때문이죠. 하지만 이런 인식은 절반의 진실일 뿐입니다. 최근 한방내과 전문의 이혜민 원장(담봄한의원 종로점)은 유튜브 채널 ‘지식한상’에 출연해, 당뇨 환자도 과일을 올바르게 고르고 섭취하면 오히려 혈당 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해 주목받고 있습니다.
당뇨 환자라면 과일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보다, 혈당 지수가 낮고 항산화 성분이 풍부한 과일을 적절히 섭취하는 것이 건강한 혈당 관리를 위한 더 현명한 방법일 수 있습니다. 오늘은 당뇨 환자에게 비교적 안전한 과일과 섭취 팁을 정리해 드립니다.
사과 – 껍질째 통째로 드세요
사과는 당뇨 환자에게 가장 추천되는 과일 중 하나입니다. 단단한 조직과 풍부한 수용성 식이섬유인 **‘펙틴(pectin)’**이 혈당의 급격한 상승을 막아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펙틴은 소화 속도를 늦춰 음식물이 천천히 흡수되도록 돕고, 결과적으로 혈당의 완만한 변화를 유도합니다.
사과 껍질에는 퀘르세틴(quercetin), 폴리페놀(polyphenol) 등 항산화 성분이 풍부해 염증을 줄이고 인슐린 저항성 개선에도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단, 중요한 점은 가공하지 않은 생과일 상태로 껍질째 섭취하는 것입니다. 사과 주스, 말린 사과칩 등은 당 농도가 훨씬 높아져 당뇨 환자에게는 오히려 위험할 수 있습니다.
하루 섭취 권장량: 작은 사과 1개 이하, 껍질째 섭취 권장
베리류 – 딸기, 블루베리, 라즈베리
베리류는 당뇨 환자에게 **‘혈당 안전지대’**로 불릴 만큼 우수한 과일입니다. 대표적으로 딸기, 블루베리, 라즈베리 등이 있으며, 이들 과일은 **낮은 혈당지수(GI)**를 가지면서도 식이섬유와 항산화 성분이 풍부합니다.
특히 블루베리는 인슐린 민감도를 향상시키는 데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도 다수 있으며, 베리류에 들어 있는 안토시아닌(anthocyanin) 등의 플라보노이드 성분은 혈관 건강에도 이롭습니다.
하루 섭취 권장량: 1/2컵~1컵 이하, 가능한 생과 형태로
감귤류 – 오렌지, 자몽
당분이 많은 감귤류는 위험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중소형 오렌지나 자몽은 예외입니다. 이들은 혈당지수가 낮고 플라보노이드와 비타민 C가 풍부하여 혈관 건강과 항산화 작용을 동시에 기대할 수 있습니다.
다만 자몽은 특정 약물과 상호작용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복용 중인 약물이 있다면 의사와 반드시 상의 후 섭취해야 합니다.
하루 섭취 권장량: 오렌지 1개 또는 자몽 반 개 이하, 생과로 섭취 권장
주의가 필요한 과일들
당뇨 환자에게 혈당 급등을 유발할 수 있는 고당도 과일은 조심해야 합니다. 특히 다음 과일은 당밀도가 높아 빠르게 흡수되며, 혈당을 단기간에 급격히 상승시킬 수 있는 과일로 분류됩니다.
- 포도: 포도는 GI 수치는 중간 정도지만, 포도당 함량이 높고 한입 크기로 먹기 좋아 과잉 섭취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 파인애플: 열대 과일 특유의 높은 당도와 당밀도, GI 수치가 당뇨인에게는 부담입니다.
- 멜론: 수분 함량이 높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단당류 함량이 높은 편입니다.
이들 과일은 섭취를 되도록 피하거나, 극소량만 제한적으로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과일, 어떻게 먹느냐가 더 중요하다!
과일을 섭취할 때 단독으로 과일만 먹는 것보다는, 단백질이나 지방이 함께 포함된 식사 구성에 포함시키는 것이 혈당 상승을 억제하는 데 효과적입니다.
예를 들어:
- 사과 + 견과류
- 딸기 + 그릭 요거트
- 블루베리 + 채소 샐러드
이런 식으로 과일을 다른 영양소와 함께 먹으면 혈당 상승을 천천히 분산시킬 수 있습니다.
또한 과일은 하루 중 일정한 시간에 소량씩 나누어 섭취하고, 가능하면 운동 전후처럼 활동이 많은 시간대에 먹는 것이 좋습니다.
과일, 금지 대상이 아닌 ‘관리 대상’
당뇨 환자에게 과일은 금지 대상이 아닙니다. 오히려 올바른 선택과 섭취법을 익히면 건강한 삶을 돕는 훌륭한 식재료가 될 수 있습니다. 자연이 준 과일의 이로움을 최대한 활용하면서도 혈당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법, 그것이 당뇨 관리의 핵심입니다.
과일을 포기하지 말고, 똑똑하게 섭취하세요. 당뇨가 있어도 건강하고 즐거운 식생활은 가능합니다.
참고: 특정 과일 섭취는 개인의 당 조절 상태, 복용 중인 약물, 체질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정기적으로 의사 및 영양 전문가의 상담을 병행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