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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과학도시의 완성,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20년 대장정의 결실

by obusylife 2025. 7.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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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도시의 미래를 바꾸는 데 20년이라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그리고 그 기다림의 끝에서, 우리는 마침내 눈앞에 펼쳐진 변화의 지형을 마주하게 된다. 대전시가 추진해 온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이하 과학벨트)’ 조성 사업이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오랜 정치적 갈등과 행정적 난관을 넘어, 과학도시 대전의 정체성이 이제 완성 초읽기에 돌입한 것이다.

시작은 2007년, 정치 공약에서 국가 핵심 프로젝트로

과학벨트는 2007년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였던 이명박 후보가 충청권을 겨냥해 내놓은 대표 공약이었다. 기초과학의 발전, 글로벌 연구 환경 조성, 산업-비즈니스 융합 클러스터 구축을 목표로 삼은 이 대형 프로젝트는 단순한 지역 개발 사업이 아닌, 대한민국의 과학기술 경쟁력을 한 단계 도약시키겠다는 야심 찬 계획이었다.

하지만 시작은 순탄치 않았다. 2008년 추진지원단 출범, 2009년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의 종합계획 심의와 특별법 제출 등 일련의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과학벨트는 곧 정치적 갈등의 중심에 놓였다. 애초 충청권에 한정된 공약이 전국 공모로 전환되면서 수도권과 영남·호남 지역이 유치 경쟁에 가세했고, 여야 간 특별법 처리 지연 등으로 인해 과학벨트는 수년간 좌초 위기를 맞기도 했다.

전환점: 대덕연구개발특구, 과학벨트의 거점으로 지정

그러나 2011년 5월, 마침내 대전 대덕연구개발특구가 과학벨트의 ‘거점지구’로 확정되면서 사업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이어 2014년에는 개발 실시계획이 고시됐고, 2015년엔 관계기관과의 업무협약이 체결되며 본격적인 실행 단계로 접어들었다. 그리고 2016년, 대전 신동·둔곡 일대에서 첫 삽을 뜨게 된다. 이때부터 과학벨트는 하나의 구호가 아닌, 현실의 공간으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2025년을 앞둔 현재, 4단계 준공 완료

착공 10년 차를 맞이한 2025년, 대전시는 과학벨트 거점지구 4단계 구간에 대한 준공을 승인했다. 전체 5단계 가운데 핵심 기반 시설이 포함된 4단계 구간이 마무리되면서, 과학벨트는 사실상 완성 수순에 들어섰다. 최종 5단계는 오는 10월 준공 예정이다.

총면적 345만㎡에 달하는 대규모 부지 중 88%인 305만㎡가 이미 분양을 마쳤고, 112개 기업과 연구기관이 입주했거나 입주를 앞두고 있다. 중이온가속기(RAON), 충남대학교를 비롯해 첨단소재 및 바이오 분야의 선도 기업들이 둔곡과 신동 일대에 속속 들어서고 있다.

특히 RAON은 핵심 기초과학 장비로 주목받는 중이온가속기로, 국내는 물론 전 세계 연구자들이 주목하는 대형 국책 프로젝트다. RAON을 중심으로 한 융합 연구 인프라가 구축되면, 이 일대는 단순한 산업단지를 넘어 세계적인 과학연구 허브로 발돋움할 것으로 기대된다.

과학벨트가 바꾼 대전의 미래

과학벨트 조성 사업이 대전에 미치는 영향은 단순히 연구기관 몇 개가 들어서는 것을 넘어선다. 대전시는 이 과학벨트를 통해 산업용지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기업 유치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갈 계획이다. 현재까지 분양된 부지를 기준으로도 이미 대전시의 산업용지 공급 목표는 상당 부분 달성된 상태다.

또한 대전시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협력해 개발이익금을 지역 내로 재투자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자 한다. 이를 통해 도로, 공공시설, 생활 인프라 확충 등 실질적인 시민 편익으로 이어지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시민이 체감하는 ‘과학도시’

이장우 대전시장은 “오랜 기간 추진해 온 과학벨트가 9부 능선을 넘어섰다”며, “남은 사업도 차질 없이 마무리해 시민과 기업이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성과로 이어지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과학벨트는 단지 국가 프로젝트의 성공 사례로만 머무르지 않는다. 대전시민에게는 ‘과학도시’라는 자긍심을 되살리고, 청년들에게는 일자리의 기회를, 기업에게는 신기술 개발과 융합의 거점이 되어줄 플랫폼이다.

‘과학벨트’는 대한민국 미래전략의 시작점

‘과학벨트’는 단지 과거 정치인의 공약이거나 한 도시의 성장 전략에 그치지 않는다. 이 사업은 대한민국이 기초과학이라는 탄탄한 토대를 바탕으로 4차 산업혁명의 파고를 이겨내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설계해 나가기 위한 국가 전략이다. 이제 우리는 그 시작점에 서 있다. 대전이 보여주는 과학벨트의 완성은, 대한민국 과학기술의 미래를 향한 힘찬 발걸음이기도 하다.

다가오는 10월, 과학벨트의 최종 준공이 완료되면, 대전은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과학수도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 도시는, 수십 년 뒤에도 ‘미래를 가장 먼저 준비했던 도시’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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