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또 한 번 안타까운 대형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지난 17일 오전, 마포구 창전동에 위치한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나 8명의 사상자를 내며 주민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습니다. 이번 화재는 단순한 사고를 넘어, 우리 사회의 주거 안전망과 화재 예방 시스템의 문제점을 다시금 돌아보게 하고 있습니다.
화재 발생과 초기 대응
사고는 17일 오전 8시 10분경 시작됐습니다. 불길은 순식간에 아파트 14층 한 세대에서 번졌고, 삽시간에 인접 세대로 확산되었습니다. 화재로 인해 세대 내부는 전소되었고, 인접 세대 또한 일부 피해를 입었습니다. 소방 당국은 약 1억 5천만 원 이상의 재산 피해를 추산하고 있으며, 주민 89명이 긴급 대피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이 과정에서 세입자인 20대 남성과 그의 어머니로 보이는 60대 여성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또한 16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고, 일부는 연기 흡입으로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습니다.
화재 원인 규명: 전동 스쿠터 배터리 주목
화재 원인을 찾기 위해 소방당국과 경찰, 한국전기안전공사 등 관계 기관이 합동 감식을 벌이고 있습니다. 현재 주목되는 지점은 피해 세대 내에서 충전 중이던 전동 스쿠터 배터리입니다. 현장에서 배터리 팩으로 추정되는 2차 전지가 발견되었기 때문입니다.
다만, 소방 관계자는 "아직 발화 원인을 단정하기 이른 단계"라고 신중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최근 전동 킥보드, 전동 스쿠터, 전기자전거 등에서 리튬이온 배터리 발화로 인한 화재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만큼, 이번 사건 또한 같은 맥락에서 원인을 규명할 가능성이 큽니다.
스프링클러 부재의 문제
이번 화재가 더 큰 피해로 이어진 또 하나의 이유는 해당 아파트 층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이 아파트는 1998년에 준공된 950세대 규모의 대단지로, 당시 법규상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는 ‘16층 이상 세대’에만 적용되었습니다. 따라서 화재가 발생한 14층에는 스프링클러가 없었고, 이는 불길을 조기에 억제하지 못한 원인이 되었습니다.
2004년부터는 법이 개정되어 11층 이상 모든 아파트에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화되었지만, 개정 이전 준공된 아파트는 예외 규정에 따라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습니다. 결국 제도적 공백이 이번 사고에서도 인명 피해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전동 모빌리티와 화재 위험
최근 몇 년간 전동 스쿠터, 전동 킥보드, 전기자전거 등의 보급이 급격히 늘면서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 위험 또한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배터리 충전 중 발생하는 발열, 충격으로 인한 손상, 비규격 제품 사용 등은 발화 가능성을 크게 높입니다.
실제로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2023년 한 해에만 전동 킥보드·스쿠터 관련 화재가 200건 이상 발생했으며, 이 중 상당수가 충전 중 발생한 사고였습니다. 이번 사건은 전동 모빌리티 화재 위험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금 일깨우고 있습니다.
제도적 개선과 안전 대책 필요성
마포구 아파트 화재는 여러 측면에서 우리 사회가 시급히 보완해야 할 과제를 드러냈습니다.
- 노후 아파트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화 확대
- 개정 전 준공된 아파트의 경우 안전 사각지대에 여전히 놓여 있습니다. 법적 의무 여부와 관계없이 보조금 지원 등을 통해 자발적 설치를 유도할 필요가 있습니다.
- 전동 모빌리티 배터리 안전 관리 강화
- 배터리 제조 기준 강화, 불법·비규격 배터리 유통 차단, 공용 충전소 안전 점검 등이 필요합니다.
- 또한 가정 내 충전 시 화재 감지 센서나 소화기를 구비하도록 권장하는 제도적 장치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 화재 대응 훈련 및 주민 안전 교육 확대
- 대형 아파트 단지에서는 정기적인 대피 훈련과 안전 교육을 통해 화재 발생 시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도록 준비해야 합니다.
이번 마포구 창전동 아파트 화재는 단순히 한 아파트 단지의 불행한 사건으로만 볼 수 없습니다. 법제도의 빈틈, 전동 모빌리티 배터리의 안전 문제, 노후 주거지의 화재 예방 대책 부족 등 우리 사회 전반이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 사건입니다.
두 명의 소중한 생명을 잃고 수많은 주민이 공포와 피해를 경험한 이번 사고를 계기로, 더 이상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근본적이고 체계적인 안전 대책이 마련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