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공급하는 장기전세주택 ‘미리내집(장기전세주택 2)’ 5차 입주자 모집이 마무리됐습니다. 이번 모집에서는 평균 경쟁률이 39.7대 1로 집계됐는데, 이는 지난 4월 진행된 4차 모집의 경쟁률과 비교해 뚜렷한 하락세를 보인 수치입니다.
특히, 주택 가격과 정부 대출 규제 변화가 실수요자들의 참여를 제한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 ‘미리내집’이란?
‘미리내집’은 서울시와 SH가 운영하는 장기전세주택 브랜드입니다.
일반 전세보다 저렴한 시세의 약 80% 수준의 보증금으로 최대 20년까지 거주할 수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주택 가격이 높은 서울에서 장기 거주를 원하는 무주택 세대에게 안정적인 주거 환경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인기가 높았습니다.
■ 5차 모집 결과
SH에 따르면, 8월 11~12일 진행된 5차 신규 입주자 청약에는 485가구 모집에 1만 9,265명이 접수했습니다.
평균 경쟁률은 39.7대 1이며, 최고 경쟁률은 ‘더샵강동센트럴시티’ 59㎡형이 기록한 247.7대 1(3 가구 모집에 743명 지원)입니다.
이번 공고에는 잠실, 청담 등 선호도가 높은 주요 지역의 브랜드 아파트가 다수 포함되어 눈길을 끌었습니다.
예를 들어,
- 잠실래미안아이파크 43㎡: 19.4대 1
- 잠실래미안아이파크 59㎡: 51.2대 1
- 청담르엘 49㎡: 16대 1
등이었습니다.
■ 경쟁률 하락의 배경
하지만 5차 모집 경쟁률은 지난 4차(평균 64.3대 1) 대비 약 3분의 2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그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분석됩니다.
1. 전세대출 제한
이번 모집 물량의 89%가 정부 정책대출(버팀목 전세대출)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버팀목대출은 무주택 서민에게 연 1~2%대의 저금리로 전세금을 빌려주는 제도인데, 임대보증금이 4억 원을 초과하면 지원받을 수 없습니다.
이번 5차 공고에서 버팀목대출이 가능한 단지는 ‘힐스테이트 장승배기역’ 44㎡(보증금 3억 3,228만 원) 단 하나뿐이었으며, 이 단지의 경쟁률은 60대 1로 높게 나타났습니다.
2. 6·27 대출 규제
올해 6월 27일 시행된 대출 규제로, 수도권 기준 신혼부부 전용 버팀목대출 한도가 최대 3억 원 → 2억 5,000만 원으로 줄었습니다.
그 결과, 대출에 의존해 전세금 마련을 계획했던 신혼부부와 청년층은 부담이 커졌고, 일부는 청약을 포기한 것으로 보입니다.
■ 실수요자들의 고민
이번 공고에 포함된 단지들은 대부분 입지와 브랜드 측면에서 매력도가 높았습니다.
특히 ‘잠실래미안아이파크’나 ‘청담르엘’처럼 시세가 높은 지역의 아파트를 시세 대비 저렴하게 장기 거주할 기회라는 점에서 관심이 쏠렸습니다.
하지만 대출이 불가능한 고가 전세물량이 대부분이어서, 충분한 현금 유동성이 없는 무주택 세대는 쉽게 접근하기 어려웠습니다.
서울시는 이미 국토교통부에 **수도권 전세대출 한도 상향(4억 원 → 6억 원)**을 요청했지만, 아직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이로 인해 정책 금융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인 수요자들은 당분간 자금 마련 방안을 별도로 찾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 향후 전망
‘미리내집’은 그동안 안정적인 장기 거주와 합리적인 전세가라는 장점 덕분에 높은 경쟁률을 기록해 왔습니다.
다만 최근의 고가 물량 비중 확대, 대출 규제 강화, 금리 부담 등이 맞물리면서 앞으로도 경쟁률이 변동할 가능성이 큽니다.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이 전망합니다.
- 대출 규제 완화가 없다면, 청약 수요는 계속해서 제한될 가능성이 있음
- 중저가 물량 공급 확대 시 실수요자 유입 증가 가능
- 향후 경기와 금리 상황이 전세 수요의 주요 변수가 될 것
이번 5차 ‘미리내집’ 모집 결과는, 단순히 인기 단지의 여부만으로 경쟁률이 결정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입지와 브랜드가 아무리 좋아도 실제 계약을 위한 자금 조달이 가능해야 청약이 활발히 이뤄질 수 있습니다.
서울시와 정부가 전세대출 제도 개선과 중저가 물량 공급을 확대한다면, ‘미리내집’은 다시 한번 높은 경쟁률을 기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