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는 무더운 여름의 열기보다 더 뜨거운 관심을 모은 산업 전시회가 열렸다. 바로 ‘2025 무인이동체산업엑스포(UMV Expo 2025)’다. 자율주행차, 드론, 무인항공기, 로봇 등 최첨단 기술이 총출동한 이번 엑스포는 무인이동체 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자리였다. 기자는 현장을 직접 찾은 관람객의 눈으로 이번 박람회를 바라보고자 한다.
무인이동체산업의 중심지, 코엑스가 들썩이다
무인이동체산업엑스포는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토교통부 등 주요 정부 부처가 공동 후원하고, 유관 기관과 기업이 대거 참여하는 대규모 전시회다. 올해는 특히 국내외 200여 개의 업체와 연구기관이 참가해 기술력을 선보였으며, 약 3만여 명의 관람객이 현장을 찾으며 흥행에도 성공했다.
전시장은 A홀과 B홀로 나뉘어 자율주행, 무인항공, 해양 드론, 산업용 로봇 등 다양한 주제별로 섹션이 구성되어 있었고, 참가 업체들의 부스는 첨단 기술이 적용된 제품들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게 꾸며져 있어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눈에 띈 기술 1: 자율주행의 현재와 미래
자율주행 기술은 이번 엑스포의 핵심 키워드였다. 현대자동차와 모빌리티 스타트업들이 공동 출품한 자율주행 플랫폼 차량은 도심 내 정밀 주행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경로 안내 시연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인공지능 기반의 시각 인식 센서, V2X(차량-인프라 간 통신) 기술, 5G 기반 원격제어 시스템 등 차세대 모빌리티 핵심 기술이 모두 결집된 형태였다.
또한, 다양한 실내외 자율주행 로봇도 전시됐다. 특히 병원, 공항, 호텔 등 실내 환경에서 안내 및 운반 업무를 수행하는 다목적 자율주행 로봇이 큰 인기를 끌었다. 관람객들은 로봇이 직접 음료를 서빙하거나 사람을 인식해 안내하는 모습을 보며 기술 발전의 현실화를 실감했다.
눈에 띈 기술 2: 드론과 무인항공기의 진화
또 하나의 중심축은 드론과 무인항공기였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을 비롯한 항공 기술 기업들은 택배 및 긴급구조용 드론을 선보였다. 특히, 도시형 에어 모빌리티(UAM)를 위한 eVTOL(수직이착륙 항공기) 기체 모형은 관람객들에게 미래 교통 혁신의 가능성을 인식시켜 주기에 충분했다.
드론 기술은 단순히 비행을 넘어, 실시간 영상 분석, 자동 충전 스테이션, 군사용 전술 시스템 등 복합 기능으로 진화하고 있었다. 한 참가 기업은 산불 감지용 드론의 시연을 통해 센서 기반의 조기 경보 시스템과 자율 대응 메커니즘을 설명하며 박수를 받았다.
눈에 띈 기술 3: 해양과 산업용 무인이동체
지상과 공중을 넘어, 해양에서도 무인이동체의 활약은 이어지고 있었다. 수중드론, 자율항해 선박, 해양환경 탐사 로봇 등이 전시됐으며, 특히 심해 탐사용 무인잠수정은 연구기관과 국방 분야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산업 현장에서 쓰이는 무인이동 로봇들도 관람객의 흥미를 끌었다. 자동창고 시스템, 스마트팩토리 내 자율이동장치(AGV), 건설 현장용 무인 굴착기 등이 시연을 통해 소개되며 '사람 없는 작업 현장'의 미래를 가시화했다.
첨단 기술과 일상의 만남
엑스포에 참여한 일반 관람객들과 인터뷰를 나눈 결과, 대부분이 "생각보다 가까운 미래가 벌써 와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학생들도 많이 방문해 교육적으로도 긍정적인 효과를 보였다는 평이다.
또한 참가 기업들 역시 이번 엑스포를 통해 B2B, B2G 협력 논의와 투자 유치 기회를 다수 얻은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스타트업 부스에서는 투자 설명회 및 기술상담이 활발히 이뤄졌으며, 일부 기업은 이날 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정부의 역할과 산업 생태계의 확장
이번 엑스포에서는 정부가 발표한 ‘무인이동체 산업 육성 로드맵 2030’의 실천 방향도 함께 소개됐다. 정부는 자율주행차 상용화 지원, 드론 배송 인프라 확대, 무인항공기 인증 체계 개선, 산업용 로봇 보급 지원 등 다방면에서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중소·중견기업과 스타트업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도 있어 업계의 기대감을 높였다.
기술은 사람을 향한다
‘무인이동체’라는 말은 어쩌면 사람 없이 움직이는 기술을 뜻하지만, 그 안에는 역설적으로 ‘사람을 위한 기술’이라는 본질이 숨어 있다. 자율주행차는 노약자의 이동을 돕고, 드론은 재난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하며, 로봇은 반복적이고 위험한 일을 대신해 준다.
2025 무인이동체산업엑스포는 이러한 기술이 단지 미래의 그림이 아니라, 현실이자 일상이 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현장이었다. 기술은 진화하지만, 그 목적은 결국 사람이다. 우리는 이 현장에서 그 확신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