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에 감기라니?”
예전에는 ‘여름 감기는 개도 안 걸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더운 계절에 감기에 걸린 사람을 보기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상황이 다릅니다. 에어컨, 냉풍기, 제습기 등 냉방기의 성능이 좋아져 실내는 한여름에도 긴팔 옷이 필요할 정도로 시원해졌죠. 덕분에 더위는 피할 수 있지만, 동시에 ‘여름 감기’라 불리는 냉방병에 걸리는 사람도 늘고 있습니다.
냉방병이란? 감기와 닮은 여름 불청객
냉방병은 의학적으로 명확히 규정된 질환명은 아니지만, 에어컨을 장시간 사용한 실내 환경에서 나타나는 여러 신체 증상을 통칭합니다.
대표적인 증상은 다음과 같습니다.
- 두통
- 미열 또는 발열
- 기침, 콧물
- 피로감
- 소화불량, 설사
감기와 비슷하기 때문에 흔히 ‘여름 감기’로 불리지만, 원인은 바이러스 감염이 아니라 급격한 온도 변화와 건조한 실내 환경에 있습니다. 실외는 35도에 육박하는데 실내는 20도 안팎이면 우리 몸의 자율신경계가 온도 변화에 계속 적응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피로가 누적돼 면역력이 떨어집니다. 특히 여성, 노약자, 만성질환자에게서 증상이 더 심하게 나타납니다. 여성의 경우 생리통이 악화되거나 생리 주기가 불규칙해지는 경우도 보고됩니다.
냉방병의 위험한 동반자, ‘레지오넬라증’
냉방병 중에서도 주의해야 할 감염성 질환이 있습니다. 바로 레지오넬라증입니다.
이는 오염된 냉방기 냉각수에서 번식한 레지오넬라균이 공기 중으로 퍼져 호흡기를 통해 감염되는 질환입니다. 두 가지 형태로 나타나는데,
- 폐렴형 : 발열, 오한, 마른기침, 가래, 근육통이 특징이며, 치료하지 않으면 폐농양·호흡부전으로 악화될 수 있습니다.
- 독감형(폰티액 열) : 피로, 권태감, 근육통, 기침, 설사, 어지럼증 등이 나타나지만 폐렴형보다 증상은 가볍습니다.
질병관리청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말까지 레지오넬라증 환자는 237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5% 증가했습니다. 특히 폭염이 이어질수록 발생 위험이 커집니다.
‘5’만 기억하면 예방이 쉬워집니다
냉방병 예방에는 ‘5’라는 숫자가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 실내외 온도 차는 5도 이내
- 예: 실외가 33도면 실내는 28도 전후로 유지
- 지나친 냉방은 면역력 저하의 지름길입니다.
- 2~4시간마다 5분 이상 환기
- 냉방기 사용 시 창문을 닫아두기 쉽지만, 환기가 없으면 이산화탄소와 세균이 축적됩니다.
- 주기적으로 창문을 열어 신선한 공기를 들여보내야 합니다.
생활 속 냉방병 예방법
- 습도 유지 : 50~60%로 유지하면 호흡기 점막이 건조해지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 복장 조절 : 영화관, 독서실, 카페처럼 에어컨을 강하게 트는 장소에 갈 때는 얇은 긴팔 옷이나 담요를 준비하세요.
- 간단한 맨손체조 : 팔과 다리를 뻗는 스트레칭으로 혈액순환을 촉진합니다.
- 냉방기 청결 관리 : 내부 필터는 최소 2주에 한 번 청소하고, 해마다 사용 전 전체 점검을 권장합니다.
- 찬 음식·음료 과다 섭취 자제 : 체온 조절 능력을 떨어뜨리고 위장에도 부담을 줍니다.
- 규칙적인 생활습관 : 충분한 수면과 적당한 운동이 면역력 유지에 필수입니다.
냉방병은 단순히 ‘여름 감기’로 치부할 일이 아닙니다. 방치하면 면역력이 계속 떨어지고, 경우에 따라 폐렴 같은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올여름, 시원함을 유지하되 온도·습도·환기라는 세 가지 원칙과 ‘5도의 법칙’을 기억하세요. 시원하지만 건강한 여름을 보낼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