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력이 떨어질 때나, 소중한 사람들에게 제대로 된 밥 한 끼 대접하고 싶을 때 생각나는 곳. 맛에 관해서는 꽤나 까다로운 편인데도, 이곳은 늘 변함없는 만족감을 주는 장소이다

익숙한 표지판을 따라 주차장에 들어서니 넓은 부지가 우리를 맞이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맑은 공기와 함께 은은하게 풍겨오는 숯불 향이 코끝을 스쳤다. 지인들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주변을 둘러보며 "어? 여기 분위기 되게 묘하다"라며 신기해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은 평범한 식당처럼 보이지만 사실 유명한 영화를 촬영했던 촬영지이기도 하다. 화려하게 꾸며내지 않았기에 오히려 더 깊은 여운을 주는 공간. 가게에 붙은 영화의 흔적이 흥미롭다.


자리를 잡고 앉아 늘 먹던 대로 장어를 주문했다. 이 집을 계속 찾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직판장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압도적인 원육의 퀄리티 때문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붉게 달아오른 참숯이 들어오고, 그 뒤를 이어 눈으로 보기에도 믿기지 않을 만큼 두툼하고 뽀얀 장어가 테이블에 올랐다. 지인들은 장어의 두께를 보자마자 탄성을 질렀다. "와, 진짜 살이 제대로 올랐네." 남자 지인은 연신 감탄하며 스마트폰을 들어 사진을 찍기 바빴고, 여자 지인은 벌써부터 입안에 침이 고인다며 기대 가득한 눈빛을 보냈다.
달궈진 석쇠 위에 장어가 올라가고 '치이익-' 하는 맑은 소리가 울려 퍼졌다. 굵은소금을 툭툭 뿌려 구워내는 과정은 기다리는 사람에게는 일종의 고문과도 같다. 하지만 타지 않게 세심하게 뒤집어주며 노릇노릇하게 익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 또한 이곳에서 누릴 수 있는 즐거움 중 하나다.

껍질 부분은 바삭하게, 살코기 부분은 촉촉하게 익어가며 기름기가 표면으로 배어 나와 자글자글 끓기 시작할 때쯤, 드디어 먹어도 좋다는 신호가 떨어졌다.
첫 점은 아무런 소스 없이, 오직 장어 본연의 맛을 느끼기 위해 그대로 입에 넣었다. 바삭하게 씹히는 껍질의 식감 뒤로, 이내 부드럽고 고소한 장어의 육즙이 입안 전체를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 흙내나 잡내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담백하면서도 묵직한 고소함. 역시 나의 '또 간집'은 배신하지 않는다.

일행은 이미 말을 잃은 채 고개를 격하게 끄덕이고 있었다. 특제 데리야키 소스에 알싸한 생강채를 듬뿍 버무려 장어 위에 얹어 먹는 지인들의 손길이 바빠졌다. 상추 위에 잘 익은 장어 한 점, 씻은 묵은지, 그리고 쌈장을 살짝 찍은 마늘을 올려 크게 한 쌈을 싸 먹 연신신 젓가락질을 멈추지 않았다.


화려한 수식어나 대단한 에피소드가 없어도, 맛있는 음식 앞에서는 모두가 무장해제된다. 불판 위에서 장어가 줄어드는 만큼, 우리의 대화는 더욱 풍성해졌고 웃음소리는 깊어졌다. 일상의 자잘한 스트레스나 고민거리들은 숯불의 열기 속으로 자연스럽게 녹아내리는 듯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길, 배는 든든했고 마음은 한없이 가벼웠다. 가게 문을 나서자 여전히 눈부신 하늘과 기분 좋은 바람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멀리 갈 필요 없이, 그저 서울 근교로의 짧은 드라이브와 정성스러운 식사 한 끼면 충분했던 것이다.
주차장을 걸어 나오며 우리는 벌써부터 "다음번에 올 때는 부모님 모시고 와야겠다", "다음에 우리 또 언제 올까?" 하며 다음을 기약했다. 누군가와 아끼는 공간을 공유하고, 그 사람이 나와 같은 감동을 느꼈을 때의 포만감은 음식을 먹었을 때의 포만감 그 이상이다.
담백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주었던 날. 날씨가 좋아서, 함께한 이들이 좋아서, 그리고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켜준 나의 또간집이 있어서 모든 것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하루였다. 아마도 머지않은 미래에, 나는 또다시 이 길을 달려 이곳의 문을 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