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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회 황순원문학상, 문학의 소나기가 내리다 – 차인표 수상_그 의미를 되새기며

by obusylife 2025. 8.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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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문학사에 굵직한 이름으로 남아 있는 작가 황순원(1915~2000). ‘소나기’, ‘카인의 후예’, ‘학’ 등 한국 현대문학의 정수를 보여준 그의 작품들은 세대를 넘어 깊은 울림을 줍니다. 그런 그의 문학 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황순원문학상이 올해로 14회를 맞이했습니다.

2025년 8월 4일, 황순원기념사업회는 제14회 황순원문학상 수상자를 발표했습니다. 소설가 주수자, 시인 김구슬, 신인 작가 차인표가 각각 작가상, 시인상, 신진상을 수상했고, 양평문인상은 시인 강정례(대상), 시인 노순희와 수필가 김은희(우수상)에게 돌아갔습니다.

이번 수상자들은 황순원 선생의 문학적 정신, 즉 인간의 내면을 깊이 있게 탐색하고, 잊힌 것들을 소중히 다루는 태도를 계승하며 한국문학의 다양성과 깊이를 보여주었습니다.


작가상 – 주수자의 『소설 해례본을 찾아서』

올해 작가상은 소설가 주수자의 작품 **『소설 해례본을 찾아서』**에 돌아갔습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작품은 훈민정음해례본을 둘러싼 역사적 배경과 상상을 결합해 스토리를 풀어가는 메타픽션적 작품입니다.

단순한 역사 소재를 넘어, 잃어버린 정신과 문화에 대한 탐구가 돋보이며, 한글과 민족의 정체성에 대한 작가의 질문이 독자의 마음에 깊이 파고듭니다. 황순원이 늘 추구했던 민족성과 인간성의 교차점을 재해석한 이 작품은, 시대적 가치와 문학적 깊이를 동시에 담았다는 평을 받습니다.


시인상 – 김구슬의 『그림자의 섬』

시인상을 수상한 김구슬의 시집 『그림자의 섬』은 존재의 경계, 상처, 그리고 치유를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그림자라는 은유를 통해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감정의 층위들을 섬처럼 하나하나 꺼내어 조명합니다.

시적 언어가 날카롭고도 부드럽게 독자의 심장을 관통하며, 황순원 소설 속의 고요한 슬픔과 절제된 감정을 연상시키는 면이 있습니다. 시집 전체에 흐르는 분위기는 묵직한 여운을 남기며, 오늘날 시의 역할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만듭니다.


신진상 – 배우이자 소설가, 차인표의 『인어사냥』

특히 눈길을 끈 수상자는 신진상을 받은 차인표입니다. 대중에겐 배우로 익숙한 그의 이름이 문학상 수상자로 발표된 것은 그 자체로도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켰습니다.

그의 작품 **『인어사냥』**은 표면적으로는 판타지 요소가 가미된 이야기이지만, 본질적으로는 존재의 경계, 꿈과 현실, 인간의 소외감과 구원을 다룬 철학적 이야기입니다. 배우로서의 직관과 상상력이 글에서도 잘 드러나며, 예술의 장르를 넘나드는 진정성이 느껴지는 작품입니다.

차인표는 수상 소감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신진상 수상 소식은 제가 앞으로 계속 소설을 써도 된다는 조용한 허락처럼 느껴집니다. 앞으로 정말 좋은 소설이 무엇인지, 사람들에게 감동을 남기는 소설이 무엇인지 생각하며 더 겸손히, 깊이 쓰겠습니다.”

그의 이 한 마디는 예술가로서의 진정성과 문학에 대한 겸허한 자세를 엿볼 수 있게 해 주며, 대중성과 문학성의 균형을 향한 모범적인 태도를 보여줍니다.


양평문인상 – 지역 문학의 뿌리를 지키는 이들

황순원문학상이 전국 단위의 작가를 조명한다면, 양평문인상은 황순원의 고향이자 문학의 뿌리인 양평 지역 문인의 창작 활동을 응원합니다.

  • 대상: 강정례 시인의 시집 『우리 집엔 귀신이 산다』는 지역의 일상과 기억, 민속적 감성을 시로 풀어내며 독자에게 공감과 향수를 동시에 자극합니다.
  • 우수상: 노순희 시인과 김은희 수필가 역시 자연, 삶, 고통, 회복을 테마로 한 꾸준한 작품 활동을 통해 양평 문단을 묵묵히 지켜왔습니다.

이 상은 화려하진 않지만, 문학의 뿌리가 되는 지역 문인들을 격려하는 의미 있는 상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소나기처럼, 조용히 스며드는 문학의 힘

황순원문학상의 시상식은 2025년 9월 12일, 경기 양평군 황순원문학촌 소나기마을에서 개최될 예정입니다. 자연 속에서 조용히 열리는 이 시상식은, 마치 그의 대표작 「소나기」처럼 조용하고, 그러나 오래 남는 울림을 전해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 문학상은 단순히 수상자를 기리는 자리만이 아니라, 문학의 본질이 무엇인지, 지금 이 시대에 어떤 이야기를 써야 하는지를 돌아보게 만드는 귀중한 시간입니다.


 

황순원문학상의 올해 수상작들을 보면, 문학이 여전히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고, 질문을 던지고, 삶을 비추는 거울임을 느낄 수 있습니다. 대중성과 예술성, 지역성과 보편성, 전통과 실험을 모두 품은 이번 수상자들은 한국 문학이 나아가야 할 다층적 지평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문학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다만, 조용히 우리 곁을 맴돌며 다시 살아날 준비를 할 뿐입니다. 황순원문학상이 그 조용한 되살림의 장이 되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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