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7월,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는 2026회계 연도 국방수권법 안(NDAA)을 통과시키며, 주한미군 감축과 관련된 예산 사용을 금지하는 조항을 다시 포함시켰다. 이는 단순한 국방 예산 항목이 아닌, 한미동맹과 동북아 안보 구도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결정으로 해석된다. 이번 조항의 핵심은 주한미군 병력 2만8500명 이하 감축 금지와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예산 금지라는 두 가지 측면으로 나눠볼 수 있다.
주한미군 감축 금지 조항의 부활
가장 주목할 부분은 5년 만에 부활한 주한미군 병력 감축 금지 조항이다. NDAA에 명시된 내용에 따르면, 국방장관이 의회에 “한반도에서의 미군 태세 축소가 미국의 국익에 부합한다”는 것을 증명하기 전에는 병력 감축이 불가능하다. 이는 행정부의 일방적인 결정만으로는 병력을 줄일 수 없도록 의회의 강력한 견제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이 조항은 2019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1기 당시 처음 도입됐으며, 그의 재임 중 제기됐던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을 견제하기 위해 마련됐다. 그러나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해당 조항이 빠지고, 단순히 병력 유지 필요성만을 언급하는 수준으로 완화됐었다. 이번 법안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제기되는 현재 시점에서 다시금 강력한 의회 중심의 동맹 보호 조치를 되살린 셈이다.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예산 금지: 사상 첫 조항 포함
이번 NDAA에서 또 다른 중요한 변화는 전작권 전환 관련 예산 사용 금지 조항이 최초로 명문화되었다는 점이다. 전작권은 유사시 한국군 작전을 미국 지휘 하에 두는 지휘권으로, 이를 한국으로 전환하는 작업은 이미 오래전부터 한미 양국 간 협의와 준비가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이번 법안은 “전작권 전환을 완성하는 데 예산을 배정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어, 이는 전작권 전환을 사실상 동결하거나 지연시키려는 정치적 시도로 해석될 수 있다. 이는 한미 군사 협력의 방향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한국의 군사 주권 강화 노력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의회 vs 행정부: 국방 정책 주도권을 둘러싼 힘겨루기
이번 NDAA 조항은 미국 의회가 외교·안보 정책에서의 주도권을 되찾으려는 움직임으로도 볼 수 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 시절처럼 대통령이 독단적으로 미군 병력을 줄이거나 동맹국과의 안보 협정을 변경하려는 시도를 미리 차단하려는 의도가 짙다.
의회는 법안 요약에서 “국방장관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안보 동맹과 파트너십을 강화하려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는 인식을 분명히 했으며, 이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중요성을 재확인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동시에, 한반도를 포함한 인도·태평양 지역을 중국 견제의 핵심 무대로 간주하고 있는 의회 시각이 반영된 결과다.
NDAA란 무엇인가?
국방수권법(NDAA, National Defense Authorization Act)은 미국 연방 의회가 매 회계연도 국방 예산을 승인하는 핵심 법률이다. 해당 법안은 1년 한시법으로, 매년 새롭게 제정되며 그 해의 안보 환경에 따라 필요한 예산, 정책 방향, 군사력 배치 등을 담는다.
의결 과정은 상원과 하원 각각의 통과 → 상·하원 공동 조정위원회에서 단일 법안 마련 → 양원 재의결 → 대통령 서명 절차를 거쳐 완성된다. 특히 NDAA는 예산만 승인하는 단순한 법안이 아니라, 미국의 안보 전략과 동맹국 정책 방향을 담는 종합 정책 문서로 간주된다.
향후 전망과 한국의 대응 과제
이번 NDAA 상원 통과는 아직 법안 확정의 중간 단계다. 이후 하원에서의 논의와 상하원 통합안 조율, 대통령 서명이 이어져야 최종 법안이 확정된다. 그러나 상원이라는 중요 기관에서 이러한 조항이 통과됐다는 것은 향후 미국의 안보정책 기조에서 주한미군과 한미동맹이 얼마나 전략적으로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한국 정부로서는 향후 전작권 전환 로드맵에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미국 의회와의 소통 강화, 국방자율성 확보를 위한 전략 조율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동시에 주한미군 감축 이슈가 다시 정치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에 대비해 양국 간 신뢰 강화와 안정적 동맹 관리가 요구된다.
결론적으로, 이번 NDAA 조항은 단순한 예산 집행 차원을 넘어, 한미동맹의 구조적 안정성과 미국 국내 정치의 변수에 대응한 제도적 안전장치로 작용하고 있다. 앞으로의 한미 군사 협력의 방향성은 의회와 행정부의 관계, 미국의 대중 전략, 한국의 대응 의지 등에 따라 복합적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