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햇살이 따뜻하게 내리쬐던 주말,
일상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고
강원도 원주의 치악산 국립공원.
예전엔 ‘치악산=등산’이라는 이미지가 강했지만,
이번엔 조금 다르게 접근해 보기로 했다.
가벼운 산책 코스로 시작해 피크닉을 즐길 수 있는
세렴폭포까지 다녀오는 여유로운 하루 코스를 계획했다.

치악산은 웅장한 산세로 유명하지만,
구룡사 입구 주변에는 초보자도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는
산책 코스가 잘 정비되어 있다.
구룡사 – 세렴폭포로 이어지는 구간이었다.
천천히 걸어도 3시간이면 충분한 코스다.
입구에서부터 들려오는 계곡물 소리가
기분을 상쾌하게 만들었다.
치악산의 맑은 공기 속에서는
작은 바람소리조차도 음악처럼 느껴졌다.
산책길은 대부분 완만한 경사로 이루어져 있었고,
중간중간 벤치와 쉼터가 있어 여유롭게 걸을 수 있었다.
길가에는 노랗게 물든 단풍잎과 붉은 단풍이 어우러져,
발걸음이 절로 느려졌다.
사진을 찍지 않고는 지나칠 수 없는
풍경이 연이어 펼쳐졌다.

구룡사를 지나면 본격적으로 세렴폭포로 향하는 산책로가 시작된다.
오르막이 조금씩 나타나지만,
길이 잘 정비되어 있어서 남녀노소 누구나 걸을 수 있다.
계곡 옆으로 이어진 산책로는 시원한 물소리 덕분에
피로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중간중간 나무데크길이 나오고,
전망대도 마련되어 있어
잠시 멈춰 풍경을 감상하기에 좋다.
단풍철의 치악산은 색의 향연이 펼쳐진다.
붉은 단풍, 노란 은행잎,
초록 소나무가 어우러져 마치
수채화 속을 걷는 기분이었다.


잘 정비된 피크닉존에서
피크닉을 즐기기에 제격이었다.
미리 준비해 온 도시락과 커피,
과일을 꺼내 놓고 자연 속 점심시간을 즐겼다.
물소리를 들으며 먹는 음식은 그 어떤
고급 레스토랑의 식사보다도 훨씬 맛있었다.



거대한 폭포는 아니지만
물줄기가 바위에 부딪히며 흰 포말을 만들어내고,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모습이 너무도 아름다웠다.
시원한 물안개가 얼굴에 닿을 때마다 몸의 열기가 식는 듯했고,
근처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가을의 향기를 실어왔다.
치악산 산책은 등산이라기보다,
자연 속에서 스스로를 돌보는 시간이었다.
평소에는 바쁜 일상에 쫓겨 자연을 제대로 느낄 틈이 없었지만,
‘걷는 것’과 ‘머무는 것’에 집중했다.
세렴폭포의 시원한 물소리,
숲 속의 바람, 나뭇잎이 부딪히는 소리까지
모든 것이 마음을 정화시켜 주는 듯했다.
자연은 그저 그 자리에 있을 뿐인데,
사람의 마음을 이렇게까지 치유할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 놀라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