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이 철강과 알루미늄 파생상품에 대해 50% 고율 관세 부과 대상을 대폭 확대하면서 한국 산업계에 비상등이 켜졌습니다. 이번 조치에는 자동차, 전자, 기계 부품 등 한국의 대표적인 수출 품목들이 포함되어 있어 산업 전반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번 미국의 관세 확대가 어떤 의미를 갖고, 국내 업계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미국의 결정, 무역확장법 232조 기반
미국 상무부는 현지시간 8월 15일, ‘무역확장법 232조(Section 232 of the Trade Expansion Act)’를 근거로 철강·알루미늄 파생상품 407개 품목을 신규 관세 부과 대상으로 지정했습니다.
이 법은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되는 수입품’에 대해 무역 규제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트럼프 행정부 시절부터 철강·알루미늄 관세 정책의 근거로 활용되어 왔습니다.
관세는 미국 동부시간 기준 8월 18일 0시 1분 이후 수입 통관되거나 보세 창고에서 반출된 물량부터 적용됩니다. 따라서 이미 선적된 물량까지도 관세 부담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50% 고율 관세, 어떻게 적용되나?
이번 조치에서 주목할 점은 ‘제품 전체’가 아닌, 실제로 철강·알루미늄이 포함된 함량 부분에만 50% 세율이 적용된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자동차 부품 중 특정 부품에 철강·알루미늄이 일부 포함되어 있다면, 그 함량 부분에만 50% 관세가 붙는 방식입니다. 나머지 부분은 기존의 국가별 상호관세율이 적용되며, 한국의 경우 **15%**로 확정되었습니다.
즉, 제품별 철강·알루미늄 함량을 어떻게 계산하느냐에 따라 관세 부담이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는 기업 입장에서 정밀한 품목 분석과 원산지 증명 관리가 필수적임을 의미합니다.
타격 예상 업종: 자동차·전자·기계
신규 관세 부과 품목에는 자동차, 전자기기, 기계류 등 한국의 주력 수출 산업이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 자동차 산업: 현대차, 기아 등 완성차 기업뿐만 아니라 협력사들이 납품하는 각종 부품에 관세가 적용될 수 있습니다. 이는 완성차 가격 경쟁력에도 직결됩니다.
- 전자 산업: 반도체 장비나 가전제품에 들어가는 부품 중 철강·알루미늄이 포함된 경우, 수출 단가가 오를 가능성이 큽니다.
- 기계 산업: 산업용 기계와 장비 부품은 철강 비중이 높아, 관세 부담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이처럼 특정 기업이 아닌 산업 전반에 걸쳐 비용 상승과 가격 경쟁력 약화가 우려됩니다.
업계의 부담 가중: HS코드 혼재 문제
이번에 발표된 407개 품목은 HS코드(국제 통일 상품 분류 코드) 8~10 단위가 혼재되어 있어, 기업들이 해당 제품이 신규 관세 대상인지 여부를 세밀하게 따져봐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는 중소·중견기업에게는 행정적·재정적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대기업은 자체적으로 통관 및 품목 분석 역량을 갖추고 있지만, 중소기업은 외부 컨설팅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산업부 대응: 기업 지원 확대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번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 수입규제 대응 지원사업 확대: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신규 관세 적용에 대한 대응 전략을 수립할 수 있도록 지원.
- 함량 확인 및 원산지 증명 컨설팅 강화: 제품 내 철강·알루미늄 함량을 정확히 계산하고 원산지를 증명하는 데 필요한 전문 컨설팅을 확대.
- 기업 부담 완화: 수입규제 관련 분담금을 인하하여 중소기업의 비용 부담을 줄일 계획.
이와 같은 정부 지원은 단기적으로 기업의 혼란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개별 기업의 자율적인 공급망 관리와 기술 혁신이 더 중요해질 것입니다.
9월, 추가 확대 가능성
산업부는 이번 조치가 끝이 아닐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오는 9월에도 미국이 추가 관세 확대를 단행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미국 상무부는 자국 업계의 요청을 받아 수입 규제 범위를 계속 넓혀가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단기적 정책이 아닌, 지속적이고 구조적인 흐름일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한국 산업계의 대응 전략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한국 기업들이 취할 수 있는 전략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됩니다.
- 공급망 다변화: 미국 시장에만 의존하지 않고, 유럽·동남아시아 등 다른 시장을 적극 개척해야 합니다.
- 현지 생산 확대: 미국 내 생산시설을 늘리거나 현지 협력업체와 제휴하여 관세 부담을 최소화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 단순 소재 중심의 수출보다는 첨단 기술과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으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합니다.
불확실성의 시대, 민관 협력 절실
미국의 이번 조치는 단순한 무역 분쟁 차원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신호탄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강화될수록, 한국 기업들은 비용 부담과 경쟁력 약화라는 이중고에 직면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정부와 업계가 긴밀히 협력해 실질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단기적으로는 원산지 증명과 행정 지원이 필요하고, 장기적으로는 기술 혁신과 시장 다변화를 통해 돌파구를 찾아야 합니다.
앞으로 다가올 9월의 추가 관세 조치 여부에 따라 한국 수출 산업의 향방은 더 큰 변곡점을 맞게 될 것입니다. 불확실성이 커지는 국제 무역 환경 속에서, 지속가능한 경쟁력 확보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해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