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 2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전격적인 휴전 선언 이후, 곧바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했습니다. 휴전을 끌어낸 단호한 조치에 이어 나토 정상회의로 이동한 트럼프는 전 세계 외교 무대에서 ‘힘을 통한 평화(Peace through Strength)’라는 자신의 외교 철학을 또 한 번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란 휴전 이후의 전략적 외교
트럼프 대통령은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이번 나토 정상회의로 향하는 도중, 자신이 운영하는 SNS인 ‘트루스소셜(Truth Social)’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으로부터 받은 문자 메시지를 공개했습니다. 메시지의 내용은 놀라울 정도로 찬사 일색이었습니다. 뤼터 사무총장은 “당신의 이란에서의 단호한 조치는 진정으로 특별한 것이며, 우리 모두를 더 안전하게 만들었다”라고 전하며, “회원국들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 5% 지출 목표에 서명하게 만든 당신의 리더십은 전례 없는 성과”라고 평가했습니다.
트럼프는 이 메시지를 ‘자랑스럽게’ 공개했으며, 이는 곧 정치적 상징으로 작용했습니다. 자국민과 국제사회 모두에게 자신의 리더십을 다시금 강조하는 효과를 거두는 동시에, 나토 회원국들에게 강력한 군사 재무장을 압박하는 정치적 신호를 보낸 셈입니다.
나토의 국방비 5% 목표, 현실이 되나?
이번 회의의 핵심 의제는 회원국의 국방비 지출을 GDP의 5%까지 끌어올리자는 것이었습니다. 기존까지 나토는 2% 지출 목표를 공식적으로 유지해 왔으나, 트럼프의 집요한 압박과 러시아의 위협 고조로 인해 이 목표치가 급격히 상향된 것입니다.
이미 영국,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는 2035년까지 이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독일은 이를 6년 앞당겨 2029년까지 달성하겠다고 선언하며, 재무장 의지를 분명히 했습니다. 냉전 이후 탈군사화 기조를 유지해온 독일의 이런 움직임은 유럽 안보 지형에 중요한 변화를 시사합니다.
하지만 모든 회원국이 이 결정을 순순히 받아들인 것은 아닙니다. 스페인은 “GDP 5%는 현실적으로 감당하기 어렵다”며 난색을 표했습니다. 이에 대해 트럼프는 “스페인의 반대는 나머지 국가들에 매우 불공평하다”며 공개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냈습니다. 이는 앞으로 나토 내부의 분열 가능성을 예고하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영국의 핵무장 강화: F-35A 도입 선언
이번 회의에서 또 하나 주목할 만한 발표는 영국의 핵전력 증강 계획입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성명을 통해 미국으로부터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F-35A 스텔스 전투기 12대를 구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이를 “한 세대 만에 영국의 핵 태세를 가장 크게 강화하는 조치”라고 표현했으며, “이는 영국 공군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결정이며, 동맹국을 위협하는 적대적 세력에 대한 강력한 억제력”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뤼터 사무총장은 이에 대해 “나토에 대한 영국의 또 다른 강력한 기여”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습니다.
트럼프식 외교_불편하지만 무시할 수 없는 힘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방식은 여전히 논란의 중심에 있습니다. 그의 즉흥적이고 공격적인 화법은 동맹국들에게 부담이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현실적인 압박으로 작용해 실질적인 결과를 이끌어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 나토 회의에서 국방비 5% 목표라는 파격적인 안이 통과된 것도, 트럼프의 존재감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뤼터 사무총장이 보낸 문자에서 보이듯, 유럽 주요국 수장들은 트럼프의 변덕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회의 내내 ‘신중 모드’로 일관했다는 후문입니다. 이는 트럼프의 ‘강압적 리더십’이 동맹국의 결정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또 다른 증거입니다.
나토의 재편과 유럽의 선택
이번 회의는 단순한 연례 회동을 넘어 나토의 향후 10년을 결정짓는 중요한 분기점이 되었습니다. 국방비 증액과 핵무장 강화, 러시아 견제를 위한 실질적 조치가 이어지면서, 유럽은 다시 냉전기의 군사 중심 체제로 회귀하는 듯한 모습입니다.
트럼프는 휴전을 이끌고, 국방비 목표를 끌어내며, 자신만의 외교 방식으로 나토를 다시 흔들고 있습니다. 그의 방식은 불편하고 종종 예측 불가능하지만, 결과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국제정치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는 데 이견은 없습니다.
앞으로의 변수는 트럼프의 재선 여부, 유럽 각국의 경제 상황, 그리고 러시아의 대응입니다. 하나는 분명합니다. 트럼프의 ‘힘을 통한 평화’는 여전히 유효하며, 그것이 유럽의 안보 지형을 재편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