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6월 24~2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는 그 어느 때보다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단순한 유럽 중심의 안보 협의체를 넘어, 인도·태평양 파트너(IP4)인 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와의 연계가 강화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들 국가 정상들과의 별도 회담을 희망하고 있다고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이재명 대통령은 끝내 회의 참석을 포기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외교 일정상의 문제를 넘어, 아시아-유럽-미국 간 안보 구도에 대한 미묘한 균열과 입장 차이를 반영하는 듯합니다.
나토, 아시아로 손을 뻗다… 트럼프의 새로운 구상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서 IP4 국가 정상들과 만나 사이버 안보, 우주 안보, 방위산업 협력 등 다양한 이슈에 대해 논의할 계획입니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의 위협이 높아지는 가운데, 나토를 유럽-미국 중심에서 아시아와도 협력하는 확장된 안보 플랫폼으로 재정비하려는 트럼프의 전략적 의도가 엿보입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단순히 외교적 이벤트 차원이 아닙니다. 미국은 나토 회원국뿐 아니라 아시아 동맹국들에게도 GDP 대비 최대 5%의 방위비 지출을 요구할 수 있다는 점을 공식적으로 시사했습니다. 이는 유럽이 기존 2% 방위비 기준을 넘어서도록 압박받고 있는 것처럼, 아시아 국가들도 같은 잣대를 적용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입니다.
즉, 트럼프는 나토의 전통적 역할인 집단방위(collective defense)를 초월해, 글로벌 공동안보라는 이름 하에 아시아 국가들에도 나토 수준의 의무와 부담을 요구하려는 것입니다.
한국 대통령의 불참…그 배경과 파장
그런데 이 중요한 자리에 한국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겠다고 공식 발표하면서 전 세계 외교가의 시선이 한국에 쏠리고 있습니다. 대통령실은 “국내 현안과 중동 사태로 인한 불확실성”을 이유로 들었지만, 이 결정은 그 이상을 내포하고 있어 보입니다.
첫째, 트럼프가 제안한 방위비 인상 요구에 대한 한국의 사전적 거부 신호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 국방부 관계자가 아시아 동맹국들도 방위비를 GDP 대비 5%까지 늘려야 한다고 밝힌 상황에서, 이를 정면으로 받아들이는 건 국내 정치적으로도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둘째, 한국은 최근 미중 간 경쟁 심화 속에서 비교적 균형 외교를 지향해 왔습니다. 나토와의 밀착은 중국을 자극할 수 있는 요소이며, 특히 중동 정세가 불안정한 상황에서 미국 중심의 군사 외교 회의에 참석하는 것이 국제정치적으로도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셋째, 이는 트럼프와 이재명 대통령 간 외교 스타일 차이를 드러내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트럼프는 확실한 대가를 요구하는 거래형 외교를 선호하는 반면, 이 대통령은 상대적으로 다자주의와 절제된 참여를 선호하는 외교 기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기술 안보까지 확장되는 나토의 영향력
이번 회의에서 주목할 또 다른 포인트는 기술 안보 협력의 확대입니다. 나토는 일본과의 드론 기술 협력 의향을 내비치며, 군사뿐만 아니라 방산기술 전반으로 협력 범위를 확장하려 하고 있습니다.
이는 나토가 단순한 군사 동맹을 넘어, 첨단 기술 분야에서 미국의 글로벌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향후 나토와의 협력 여부가 단순히 안보가 아닌, 기술 주도권 경쟁에서도 핵심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향후 관전 포인트: 한국은 어떤 길을 선택할까?
현재 한국은 글로벌 안보 전략의 중대한 기로에 서 있습니다. 나토와의 안보 협력에 더욱 밀착할 것인지, 아니면 동북아시아 중심의 전략적 자율성을 지킬 것인지에 따라 외교적 스탠스가 달라집니다.
나토와의 협력은 한국의 글로벌 위상을 강화하는 기회가 될 수 있지만, 동시에 미국의 방위비 인상 요구, 중국과의 갈등 심화, 국내 정치적 부담 등 상당한 ‘비용’을 동반하는 카드이기도 합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이번 불참은 단순한 외교 행보의 중단이 아니라, 복잡해지는 글로벌 질서 속에서 한국이 어떤 전략을 취할 것인가에 대한 신호탄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나토+아시아’ 시대, 한국의 자리는?
이번 나토 정상회의는 단지 유럽의 안보를 논의하는 자리가 아닙니다. 세계 질서가 빠르게 재편되는 시점에서, 아시아 국가들이 어떤 ‘역할’을 부여받게 될 것인지, 그리고 그 역할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지를 시험하는 무대입니다.
한국의 선택은 앞으로의 외교 지형과 글로벌 파트너십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방위비 분담, 기술 동맹, 안보 협력 등 복합적인 이슈가 얽힌 이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자주성과 실리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정교한 외교 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나토-아시아 협력’의 시대, 한국은 협력의 동반자인가, 아니면 관망자일 까요? 그 해답은 지금부터 써 내려가야 할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