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기차 시장의 절대강자이자 기술 혁신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테슬라가 최근 급격한 주가 하락세를 겪고 있다. 그 중심에는 역시 CEO 일론 머스크가 있다. 하지만 이번엔 자율주행이나 수요 둔화 같은 전통적인 경영 이슈가 아닌, ‘정치적 야망’이 주된 원인이다. 머스크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치적 결별을 선언하고, 신당인 ‘아메리카당’ 창당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한 이후 테슬라 주가는 연일 급락하고 있다. 그의 정치적 행보가 시장에 어떤 충격을 주고 있는지, 그리고 이로 인한 파장이 무엇인지 짚어보자.
정치에 뛰어든 머스크, 테슬라 주가는 추락
현지시간 7일, 뉴욕증시에서 테슬라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6.79% 하락하며 293.94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장 중 한때 8.43%까지 빠지며 심리적 지지선마저 위협했다. 하루 만에 시가총액 1,500억 달러, 우리 돈 약 206조 원이 증발하며 투자자들은 그야말로 충격에 휩싸였다. 이는 단순한 시장 반응이 아니다. 투자자들은 테슬라의 미래가 CEO의 불확실한 정치 행보에 좌우되고 있다는 점에 깊은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머스크는 트럼프 대통령과 최근 몇 달간 격화된 갈등을 이어오다가, 급기야 신당 창당이라는 극단적 수로 나아갔다. 정치적 중립을 넘어서 아예 정면 대결을 선언한 셈이다. 특히 트럼프의 핵심 국정 과제인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A)'에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나서며, 더 이상 단순한 기업인의 목소리가 아닌 정계 개편을 노리는 정치인의 행보로 보이기 시작했다.
‘아메리카당’ 창당 선언… 시장의 우려 커져
머스크는 지난 4일, 자신이 운영하는 플랫폼 X(구 트위터)를 통해 "신당 창당에 찬성하는가?"라는 설문조사를 올렸고, 이튿날 "오늘 아메리카당이 여러분에게 자유를 돌려주기 위해 창당된다"라고 선언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터무니없는 일”이라며 강도 높은 비판을 가했다. 이처럼 양측의 대립은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격화되고 있으며, 정치적으로 편향된 CEO의 행동이 기업 가치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판단이 주가에 반영되고 있다.
특히 웨드부시증권의 애널리스트 댄 아이브스는 "머스크가 정치에 더 깊이 관여하는 것은 테슬라 투자자들이 원하는 방향과는 정반대"라며 "그의 정치적 활동에 대한 피로감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머스크가 정치에 발을 들일 때마다 테슬라 주가는 급락해 왔다. 지난달 5일 트럼프와의 관계가 파국으로 치달았을 당시에도 테슬라는 하루 만에 14.26% 급락했고, 이후에도 갈등이 재점화될 때마다 5% 이상 하락하는 등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머스크의 ‘정치’는 테슬라의 미래에 어떤 그림자인가
일론 머스크는 그간 자유로운 발언과 도전적인 리더십으로 대중의 지지를 받아왔지만, 정치적 행보가 본격화되며 그에 대한 평가가 갈리고 있다. 특히 CEO가 정치에 과도하게 관여할 경우 기업의 중립성과 안정성, 장기적 비전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한편으로는 그의 정치 진출이 단순한 개인의 신념을 넘어서, 향후 미국 사회 전반에 더 큰 영향을 미치려는 야심의 일환이라는 분석도 있다. 지난해 트럼프 정부 2기 출범과 함께 머스크는 '정부효율부(DOGE)' 수장을 맡아 연방정부 개편을 주도했지만, 130일 만에 자리를 내려놓고 다시 정치적으로 독립된 입장을 내세웠다. 이러한 왔다 갔다 하는 태도 역시 시장에는 불확실성으로 작용하고 있다.
‘천재 CEO’에서 ‘정치인 머스크’로의 전환, 투자자에겐 리스크
머스크는 분명히 천재적인 비전과 실행력으로 테슬라를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정점에 올려놓았다. 하지만 지금 그는 ‘기업가’가 아닌 ‘정치인’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변화는 테슬라의 브랜드와 투자자 신뢰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치는 전율적인 속성을 가지고 있으며, 그 안에서는 예측이 어렵고 변수가 많다. 기업의 CEO가 정치적 이슈에 너무 깊이 발을 담글 경우, 기업의 본질적인 가치마저도 왜곡될 수 있다. 머스크가 향후 정치 행보를 어느 선에서 멈출지, 혹은 계속 나아갈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 이 순간 테슬라는 머스크의 정치적 선택으로 인해 불안정한 시기를 보내고 있으며, 이는 주가뿐만 아니라 브랜드 이미지, 소비자 신뢰, 나아가 전 세계 투자자들의 결정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앞으로 머스크가 어떤 길을 선택할지, 그의 ‘아메리카당’이 미국 정치판에서 어떤 파장을 불러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그러나 그 전에, 그는 먼저 ‘테슬라 CEO’로서의 본분을 다시금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