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의 대미 수출이 넉 달 연속 감소하면서 일본 경제 전반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일본 재무성이 발표한 ‘7월 무역통계 속보치’에 따르면, 지난달 일본의 대미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0.1% 감소한 1조 7285억 엔(약 16조 4000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수출 감소를 넘어, 일본 제조업과 무역 구조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신호탄으로 평가됩니다.
자동차 산업 직격탄
일본의 대미 수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자동차 산업은 이번 관세 정책의 최대 피해자라 할 수 있습니다. 7월 자동차 수출액은 28.4% 감소한 4220억엔(약 4조 원)에 그쳤으며, 수출 대수 역시 3.2% 줄어든 12만 3531대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평균 단가가 26.1% 하락하여 5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낮은 수준을 나타냈습니다. 이는 대형차 수출 감소와 함께 관세 충격을 흡수하기 위한 가격 인하 전략의 결과로 풀이됩니다. 일본 업체들은 관세 부담을 소비자 가격으로 전가하기보다는 스스로 비용을 떠안는 방식을 택했지만, 이로 인해 이윤이 급감하는 부작용을 겪고 있습니다.
자동차 부품과 제조장비 수출 감소
자동차 완성차뿐만 아니라 부품과 제조장비 수출 역시 큰 폭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지난달 미국으로의 자동차 부품 수출은 17.4% 감소했으며, 반도체 등 제조 장치는 무려 31.3% 줄었습니다. 이는 일본의 첨단 제조업 기반이 흔들릴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입니다. 자동차와 반도체는 일본 경제를 떠받치는 핵심 산업이므로, 이 두 분야에서의 수출 감소는 향후 성장률 전망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큽니다.
관세 인하 합의, 그러나 불투명한 실행 시점
일본과 미국은 최근 자동차 관세를 기존 27.5%에서 15%로 낮추는 데 합의했지만, 구체적인 실행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정책적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일본 기업들은 투자와 생산계획을 보수적으로 가져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곧 고용 축소와 생산량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일본 내수 경제에도 부정적 파급효과를 줄 수 있습니다.
전문가 전망
닛세이기초연구소의 사이토 다로 경제조사부장은 “일본 주요 자동차 업체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 부담을 흡수하는 데 한계를 느끼고, 결국 미국 내 판매 가격을 인상한 상태”라며 “가격 경쟁력 하락으로 향후 수출 물량 감소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이는 일본 자동차 브랜드가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유지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에 직면했음을 보여줍니다.
무역수지 적자 전환
일본은 7월 전체 무역수지에서도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두 달 만의 적자로, 그 규모는 1175억엔(약 1조 1000억 원)에 달합니다. 수출액은 2.6% 감소했지만, 수입액은 7.5% 줄어들며 전반적인 교역량 축소가 확인되었습니다. 그러나 엔화 약세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해 수입가격이 오르면서 무역수지가 더욱 악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제일생명연구소의 나가하마 도시히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관세로 미국 시장에서의 비용이 증가한 것이 무역수지 적자 전환에 큰 영향을 미쳤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중국·유럽 수출도 동반 감소
미국뿐만 아니라 다른 주요 교역 상대국으로의 수출도 감소세를 이어갔습니다. 일본의 7월 대중국 수출은 3.5% 감소한 1조5966억엔(약 15조 1500억 원)에 그쳤습니다. 이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와 비철금속 등의 수출이 줄어든 데 기인합니다. 중국 수출은 5개월 연속 감소세로, 세계 경기 둔화와 중국 내수 침체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됩니다. 유럽연합(EU)으로의 수출 또한 3.4% 줄며 일본 무역 전선 전반에 걸친 부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일본 경제의 중대한 도전
이번 일본의 대미 수출 감소는 단순히 수출 통계의 하락이 아니라, 일본 경제가 직면한 구조적 한계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보호무역주의 강화 속에서 일본은 기존의 수출 의존형 성장 전략에 제동이 걸린 상황입니다. 관세 정책의 불확실성과 세계 경기 둔화가 맞물리면서 향후 일본 경제는 장기적인 성장 둔화 국면에 진입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결국 일본은 이번 위기를 산업 구조 고도화와 신흥 시장 개척의 기회로 전환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전기차, 친환경 기술, 디지털 산업 등 미래 성장 동력을 강화하지 않는다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은 단순한 단기 충격을 넘어 일본 경제의 체질 약화를 가속화할 수 있습니다. 이는 일본뿐 아니라 글로벌 무역 질서에도 중대한 변화를 불러올 수 있는 사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