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8월 15일, 미국 알래스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평화 협상이라는 명분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우크라이나 영토 일부를 어떻게 분할·조정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담판’이 될 가능성이 높아 국제사회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영토 교환’ 발언으로 불붙은 논란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이번 회담의 핵심 의제에 대해 “일부 영토 교환과 일부 영토 변경이 있을 것”이라고 직접 언급했습니다. 이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모두에 일정한 양보를 요구하는 발언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우크라이나의 영토 양보를 기정사실화한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았습니다.
특히 그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영토 변경을 위해서는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영토 양도를 거부한 발언을 두고 “그 말은 좀 거슬렸다(a little bothered)”고 말해, 영토 문제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음을 드러냈습니다.
푸틴의 제안과 러시아의 조건
푸틴 대통령은 이미 6일, 러시아가 점령 중인 도네츠크·루한스크 등 동부 지역을 러시아에 완전히 귀속시키는 조건으로 휴전에 응하겠다는 입장을 트럼프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문제는 이 지역들이 러시아 입장에서 전략·경제적 가치가 매우 크다는 점입니다.
도네츠크와 루한스크를 포함하는 돈바스 지역은 러시아와 유럽 산업에 중요한 광공업 중심지이며, 자포리자에는 유럽 최대의 원자력발전소가 있습니다. 헤르손 남부는 크림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연결하는 길목으로, 군사적으로도 핵심입니다. 러시아가 이를 쉽게 포기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트럼프의 ‘해안가 매물’ 발언
트럼프는 우크라이나가 되찾을 수 있는 영토를 “부동산 거래에서 ‘해안가 매물’이라고 부르는, 가장 값비싼 매물”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영국 더타임스는 이 발언이 흑해와 아조우해 연안, 특히 마리우폴을 포함한 지역을 가리킨다고 해석했습니다. 이곳은 러시아가 전쟁 중 확보한 전략 요충지로, 푸틴이 ‘노보 러시아(새로운 러시아)’라 부르며 자랑하는 지역입니다.
우크라이나의 딜레마
우크라이나는 전쟁 피로와 자원 부족 속에서도 영토 수호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쿠르스크 점령 작전 실패로 인해 전략적 협상 카드가 약화됐습니다. 당초 우크라이나는 쿠르스크를 확보한 뒤 러시아 점령지와 ‘교환’하려는 구상을 했으나, 이 계획이 무산되면서 협상에서 불리한 위치에 서게 됐습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유럽 정상들에게 “추가 영토 포기는 거부하지만, 러시아가 일부 점령지를 유지하는 것은 허용할 수 있다”는 다소 완화된 입장을 전달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는 현 전선을 기준으로 일부 조정이 가능하다는 신호로도 해석됩니다.
회담 전 ‘사전 조율’ 단계
이번 알래스카 회담은 사전 조율 → 본회담 → 후속 협의의 3단계 절차로 진행될 전망입니다. 우선 13일에는 트럼프, 젤렌스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참여하는 화상회의가 열립니다. 여기서 유럽연합과 우크라이나는 ‘영토 양보 불가’ 원칙을 재확인할 예정입니다. 다만 미국의 압박과 전쟁 장기화로 일부 유연한 협상안이 나올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3자 회담 무산과 회담 장소 추측
원래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 젤렌스키 대통령도 초청해 3자 회담을 계획했으나, 푸틴의 완강한 반대로 무산됐습니다. 대신 트럼프-푸틴 회담 이후 같은 장소에서 트럼프와 젤렌스키가 별도 회담을 하는 방안이 논의 중입니다. 젤렌스키의 알래스카 방문 여부는 아직 미확인 상태입니다.
회담 장소 역시 철저히 비밀에 부쳐지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앵커리지 인근의 침실 6개 규모 단기 임대주택이 미 비밀경호국에 임대됐다고 전하며, 이곳이 회담장일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포브스는 알래스카의 엘멘도르프-리처드슨 합동 기지가 유력 후보라고 전했습니다. 푸틴이 미국 땅을 밟는 것은 2015년 유엔총회 이후 10년 만이며, 회담 당일 앵커리지 상공에는 최고 수준의 경계 태세가 발령될 예정입니다.
국제사회의 시선
이번 회담을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시선은 엇갈립니다. 일부에서는 전쟁 종식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기대하지만, 다른 쪽에서는 ‘강요된 평화’와 ‘불공정한 영토 분할’이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될 것이라고 우려합니다. 특히 EU와 우크라이나는 영토 양보는 곧 주권 침해라는 입장을 굳히고 있습니다.
결국 8월 15일 알래스카에서의 트럼프-푸틴 회담은 전쟁의 향방뿐 아니라 국제 질서의 미래를 가를 중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회담 결과에 따라 우크라이나의 지도와 유럽 안보 지형이 바뀔 수 있는 만큼, 세계는 지금 알래스카로 향하는 두 정상의 발걸음을 주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