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본격적으로 밀어붙인 ‘관세 전쟁’이 미국 경제와 소비자 물가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올해 초 2.5%였던 미국의 평균 유효관세율이 단 7개월 만에 18.3%로 치솟아, 1934년 이후 9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AP통신이 예일대 예산연구실(TBL) 분석을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 상호관세 도입과 관세율 폭등
이번 분석에는 오는 8월 7일부터 적용될 ‘교역상대국별 상호관세’ 조치의 효과가 포함돼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7월 31일 저녁, 특정 국가별로 서로 같은 수준의 관세를 부과하는 상호관세 제도를 발표했습니다. 이 조치가 시행되면, 일부 국가에서 미국 수입품에 최대 50%에 달하는 고율의 관세가 매겨집니다.
예일대 TBL은 올해 들어 발표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인해 단기적으로 미국의 물가가 약 1.8%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이는 가구당 연간 실질 소득이 2,400달러(약 330만 원) 감소하는 효과와 같습니다.
■ 의류·신발 가격 폭등 전망
특히 의류와 직물 부문에서 가격 상승이 두드러질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미국에서 판매되는 의류와 신발의 97%가 수입품이며, 주요 수입국은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인도 등입니다.
예일대 분석에 따르면, 관세 부과 직후 신발 가격은 약 40%, 의류 가격은 약 38% 급등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장기적으로도 신발은 19%, 의류는 17% 높은 수준이 지속될 전망입니다.
■ GDP 성장률에도 타격
관세 정책은 단순히 물가뿐 아니라 미국 경제 성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예일대 TBL은 올해부터 시행된 관세 부과 조치가 2025년과 2026년 각각 GDP 성장률을 0.5% 포인트 감소시킬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후에도 매년 약 0.4%포인트씩 성장률을 깎아내릴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는 2024년 달러 기준으로 연간 **1,200억 달러(약 170조 원)**의 GDP 손실에 해당합니다.
■ 관세 부담, 결국 미국인 몫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외국에 부과하는 ‘벌금’처럼 설명하지만, 실제로는 미국 내 수입업체가 관세를 납부합니다. 이들은 증가한 비용을 제품 가격에 반영해 소비자에게 전가합니다.
골드만삭스 분석에 따르면, 관세로 인한 비용 상승분 중 20%만이 해외 수출업자들이 가격 인하로 흡수했고, 나머지 80%는 미국 소비자와 기업이 부담했습니다.
이 때문에 월마트, 나이키, 아디다스, 포드, 베스트바이, 마텔 등 대형 기업들이 제품 가격 인상을 단행했습니다. 운동화, 가전제품, 전자기기, 가방, 장난감 등 대부분의 소비재가 영향을 받게 됩니다.
■ 저소득층일수록 타격 커
뉴욕법학전문대학원(NYLS) 국제법센터의 배리 애플턴 공동소장은 “수입관세는 소비세의 일종이기 때문에 소득이 낮은 사람들에게 더 큰 부담이 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운동화, 배낭, 백색가전, TV, 게임기 등 미국 내 생산이 거의 없는 품목은 관세 인상 직격탄을 맞게 됩니다.
■ 고율 관세 적용 대상국
8월 7일부터 고액 관세가 적용될 국가는 다음과 같습니다.
- 브라질 50%
- 시리아 41%
- 라오스·미얀마 각 40%
- 스위스 39%
- 캐나다·세르비아·이라크 각 35%
흥미로운 점은, 이 리스트에 선진국과 저개발국이 뒤섞여 있다는 것입니다.
■ ‘모두가 패배자’라는 평가
애플턴 공동소장은 “트럼프의 요구에 굴복한 국가는 단기적으로 고통을 덜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승자라 보기 어렵다. 미국도 마찬가지”라며 **“많은 측면에서 모두가 패배자”**라고 평가했습니다.
반면, 세계무역기구(WTO) 사무부총장을 지낸 앨런 울프 PIIE 선임연구원은 **“최대 승리자는 트럼프”**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라는 ‘협박 카드’로 다른 나라들을 협상 테이블에 앉히는 데 성공했다”며 이를 ‘극적인 성과’라고 표현했습니다. 하지만 “미국 소비자들은 분명한 패배자”라고 덧붙였습니다.
■ 관세의 정치적 성과와 경제적 대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정책은 정치적으로는 ‘협상력 강화’라는 성과를 얻었지만, 경제적으로는 소비자 물가 상승, GDP 감소, 저소득층 타격이라는 대가를 치르게 하고 있습니다.
단기적 협상 이익보다 장기적 경제 손실이 클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향후 관세 전쟁이 어떤 형태로 지속될지, 그리고 미국과 세계 경제에 어떤 영향을 남길지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