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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뮤지컬의 기적, 토니상을 품다

by obusylife 2025. 6.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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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천휴 작가의 '어쩌면 해피엔딩'

2025년 6월, 한국 창작 뮤지컬 역사에 길이 남을 순간이 찾아왔습니다. 브로드웨이의 심장, 뉴욕 라디오시티에서 열린 제78회 토니상 시상식에서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영문 제목 Maybe Happy Ending)이 무려 6관왕이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운 것입니다.

작품상, 연출상, 극본상, 음악상 등 주요 부문을 휩쓸며 전 세계 공연계의 시선을 집중시킨 이 뮤지컬의 중심엔 한국인 최초로 토니상을 수상한 박천휴 작가가 있었습니다. 그는 이번 수상으로 극본상과 음악상을 동시에 거머쥐는 쾌거를 이루었고, 이는 단지 한국 뮤지컬계의 성과가 아닌, 아시아 창작자 전체에게 의미 있는 전환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토니상 이후 달라지는 건 없습니다" — 창작자 박천휴의 담담한 고백

수상 직후 박천휴 작가는 서면 인터뷰를 통해 이렇게 밝혔습니다.

“한 명의 창작자로서 생활이 달라지진 않을 것 같습니다. 그저 지난 10년의 긴 마라톤을 뿌듯하게 마무리한 느낌입니다.”

화려한 조명과 트로피 뒤에는 서울과 뉴욕을 오가며 10년을 넘게 한 작품에 몰두한 묵직한 시간들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시상식 직전까지 3개월 동안 비평가상, 드라마리그상 등 수많은 시상식에 참석하며 작품을 알리고 관객을 만나는 노력을 멈추지 않았던 그는, 토니상 시상식을 **“마라톤의 피니시라인”**으로 표현했습니다.


‘윌-휴 콤비’, 한국에서 뉴욕까지 함께한 여정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은 단순히 한 사람의 작품이 아닙니다. 박천휴 작가와 미국의 작곡가 윌 애런슨은 ‘윌-휴 콤비’로 알려진 창작 듀오로, 17년간 함께 울고 웃으며 수많은 무대를 만들었습니다.

2007년 작사가로 데뷔한 박 작가는 뉴욕 유학 중 윌을 만나 뮤지컬이라는 장르에 눈을 뜨게 됩니다. 두 사람의 첫 작품인 번지점프를 하다를 시작으로, 이후 일 테노레, 고스트 베이커리 등 꾸준한 협업을 이어오고 있죠. 박 작가는 윌에 대해 “협업자이자 친구이며, 세상을 바라보는 가치관까지 닮은 동반자”라고 표현했습니다.


브로드웨이에서 태어난 ‘반딧불이’ 팬덤

어쩌면 해피엔딩은 2016년 서울 대학로 초연 이후 점차 입소문을 타며 뮤지컬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이 브로드웨이에 진출하며 진정한 기적을 만들었습니다. 뉴욕에서는 작품 속 반딧불이 장면을 계기로 ‘반딧불이들’이라는 팬덤이 생겨날 정도였고, 감성적이고 철학적인 메시지가 현지 관객에게도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박 작가는 한 팬의 일화를 인상 깊게 전했습니다.

“한 팬이 혼자 뉴욕에 와 공연을 다섯 번 본 뒤, 나머지 표를 환불하고 아내와 함께 보려고 귀국했다는 글을 읽었습니다. 창작자로서 받을 수 있는 가장 큰 칭찬이었습니다.”


‘다음’도 준비 중… 진심이 길을 만든다

토니상 수상이 끝이 아니라, 오히려 시작입니다. 박 작가는 일 테노레와 고스트 베이커리의 브로드웨이 진출을 위한 영어 각색 작업을 준비 중이며, 단편 영화 시나리오 작업도 다시 꺼내 들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창작자들에게도 현실적인 조언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공연 하나를 만드는 데 평균 5년이 넘게 걸립니다. 창작자에 대한 대우는 열악하지만, 유행에 흔들리지 않고 진심을 담은 이야기와 음악을 쓰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말에서 우리는 그가 ‘토니상 수상자’라는 화려한 수식어보다 ‘꾸준하고 진중한 창작자’로 남고 싶어 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한국 공연 10주년, 다시 서울에서

오는 10월, 어쩌면 해피엔딩은 초연 10주년을 맞아 한국 무대에서 다시 관객을 만납니다.
박 작가는 “극장이 조금 더 큰 무대로 바뀌면서 시각적 요소들이 변화할 예정”이라며, 오랜 시간 이 작품을 사랑해 준 관객들과 함께 행복한 공연을 만들겠다는 다짐을 전했습니다.


한국 창작자의 세계적인 가능성

박천휴 작가의 토니상 수상은 단지 한 개인의 성공을 넘어서, 한국 창작 뮤지컬이 세계 무대에서 통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준 사건입니다. 그의 발자취는 더 많은 후배 창작자들에게 영감이 될 것이고, 더 많은 한국 이야기가 국경을 넘어 울림을 주는 날도 머지않았습니다.

브로드웨이 한가운데서 울려 퍼진 한국인의 이야기.
그 끝이 해피엔딩이었고, 어쩌면 이건 또 다른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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