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밑 군사 경쟁 속, 한국 해군이 주목하는 ‘드론 항모’… 유무인 전력지휘함의 미래는?
최근 서해와 동북아 해역에서 불고 있는 군사적 긴장감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중국은 서해에서 항공모함 훈련을 강도 높게 실시하며 자국 해역 내해화를 가속화하고 있고, 북한은 신형 5000톤급 구축함을 진수하며 해군력 현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한국을 둘러싼 해양 안보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 해군도 발 빠르게 대응에 나서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국방 예산과 인력 운용에 있어 한계가 명확한 만큼, 보다 효율적인 방식의 전략적 무기 체계를 요구받고 있습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해군이 새롭게 주목하고 있는 것이 ‘유·무인 전력 지휘함’, 일명 ‘드론 항모’입니다.
‘드론 항모’란 무엇인가?
유·무인 전력 지휘함은 기존의 경항공모함과 유사한 형태를 지니면서도, 보다 진일보한 운용 체계를 가진 해상 플랫폼입니다. 이름 그대로 유인기(헬기 등)와 다양한 형태의 무인기(정찰, 감시, 공격, 자폭 등)를 통합적으로 운용하며 지휘할 수 있는 함정입니다. 전통적인 대형 함정보다는 작지만, 작전 효율성과 유연성 면에서는 오히려 뛰어난 이점을 갖고 있죠.
이 함정은 단순히 드론을 운용하는 수준을 넘어서, 전장 전체를 통합 지휘할 수 있는 일종의 해상 지휘통제센터 역할도 수행할 수 있습니다. 특히 자폭 드론을 대량으로 탑재해 원거리 타격 임무에 특화될 수 있어, 적 해역에 대한 선제공격 혹은 억제 전략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습니다.
한국 해군의 유무인 복합체계 실험
우리 해군은 이미 여러 차례 유무인 복합체계(MUM-T: Manned-Unmanned Teaming) 운영에 대한 실험을 실시해 왔습니다. 지난해 11월에는 미국의 ‘모하비(Mojave)’ 드론을 함상에서 운용하는 전투 실험을 진행했고, 지난 5월에는 울산 앞바다에서 상용 무인체계를 활용한 작전 훈련도 실시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지난 4월에는 HD현대중공업에 유·무인 전력 지휘함에 대한 개념설계 연구용역을 맡긴 바 있으며, 5월 말 합동참모회의에서 이 사업 계획이 정식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는 해군이 드론 항모를 단순한 아이디어 차원을 넘어 실제 전력화 목표로 삼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입니다.
세계 해군의 흐름과 비교해보면
드론 항모에 대한 관심은 한국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미 세계 각국 해군은 무인 전력을 미래 해군력의 핵심으로 보고 경쟁적으로 관련 기술을 개발 중입니다.
미국은 MQ-25 스팅레이라는 공중급유 드론을 항공모함에서 운용하기 위한 실험을 진행 중이며, 2026년 실전 배치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는 드론이 단순히 정찰이나 공격 역할을 넘어, 작전 지속 능력까지 확보해 주는 중요한 전력이 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중국은 지난해 ‘쓰촨함’이라는 무인기 전용 항모를 진수했습니다. 중국 매체들은 이 함정이 유인기와 무인기를 동시에 운용할 수 있으며, 남중국해와 대만해협에서 작전 능력을 대폭 확장시킬 것이라 자평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영국, 일본, 스페인, 포르투갈 등도 유사한 기술 실증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왜 ‘드론 항모’가 중요한가?
드론 항모가 가지는 핵심 강점은 명확합니다. 첫째, 인력과 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습니다. 유인 항공모함은 막대한 건조 비용과 함께 다수의 항공기 조종사, 승조원을 필요로 합니다. 반면 드론 항모는 무인기 중심의 작전 수행을 통해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면서도 동일하거나 그 이상의 전술적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둘째, 작전 유연성이 극대화됩니다. 드론은 상대적으로 운용 범위가 넓고, 장시간 체공이 가능하며, 다양한 전자장비를 탑재해 정찰·공격·전파 교란 등 복합 임무 수행이 가능합니다. 조기경보와 실시간 정보 공유, 심지어는 자폭 공격까지 — 하나의 플랫폼에서 전장을 통합 지휘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입니다.
방위산업 수출의 새로운 먹거리 될 수도
무엇보다도 중요한 포인트는 이 기술이 단순히 국방력 강화를 넘어서 미래 방산 수출의 주력 품목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입니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의 말처럼, 드론 항모는 위험한 해상 작전에서 인명 피해를 줄이고, 적 함정에 치명타를 입힐 수 있는 강력한 비대칭 전력입니다. 만약 한국이 이 분야에서 기술적 우위를 선점하게 된다면, 동남아시아, 중동 등 무인 전력 도입을 고려하는 국가에 대한 수출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드론 항모’, 한국 해군의 미래가 될 수 있을까?
지금 한국 해군이 준비 중인 유무인 전력지휘함, 즉 드론 항모는 단순히 새로운 함정 하나를 도입하는 차원을 넘어 우리 군의 작전 개념 전체를 바꾸는 전환점이 될 수 있습니다. 중국과 북한의 해양 전략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면서, 제한된 자원으로 최대 효과를 낼 수 있는 전략적 선택이 될 수 있죠.
앞으로 해군이 이 프로젝트를 어떻게 추진하고, 실전 배치까지 이어갈지 그 귀추가 주목됩니다. 단순한 미래형 무기 개발이 아닌, 한국 해군의 생존 전략이자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의 도약을 위한 발판으로서, ‘드론 항모’는 이제 막 출항을 준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