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7월, 장마가 한창이던 그 여름을 기억하시나요? 출근길에는 우산을 챙겨야 했고, 점심시간이면 짜장면 한 그릇에 4500원이면 충분했습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2025년 7월, 한국의 여름은 더 이상 촉촉하지 않습니다. 마른장마와 함께 전국을 달구는 ‘역대급 폭염’ 속에 물가도 기세등등하게 치솟고 있습니다.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직장인들의 삶은 어떻게 바뀌었을까요? 10년 전과 비교해보면, 바뀐 것은 단지 날씨만이 아닙니다. 일상에서 마주치는 대부분의 물건과 서비스 가격이 오르면서, 같은 지출로 누릴 수 있는 소비의 질도 크게 달라졌습니다. 서울의 한 직장인 A 씨의 하루를 통해 그 변화를 들여다봅니다.
① 교통비부터 커피 한 잔까지… 모두 오른 일상
서울과 경기 지역을 잇는 지하철 기본요금은 2015년 1050원이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1000원짜리 한 장으로 출근길을 해결할 수 있었죠. 그러나 2025년 현재 기본요금은 무려 1550원, 47.6%가 상승했습니다. 특히 2023년 10월 이후 불과 1년 8개월 만에 요금이 또 한 번 올라 서민들에게 부담을 안기고 있습니다.
매일 아침 출근길에 마시는 스타벅스 아메리카노(톨 사이즈)도 예외는 아닙니다. 2015년에는 4100원이었지만, 현재는 4700원으로 14.6% 상승했습니다. 매일 마시는 커피 한 잔의 가격 인상도 결코 가볍지 않은 변화입니다.
② 자장면 한 그릇, 이제는 특별식?
점심시간이면 자주 찾던 자장면 한 그릇. 2015년에는 서울 평균 4500원이면 먹을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7500원, 무려 66.6%나 올랐습니다. 10년 전에는 가볍게 해결하던 한 끼가 이제는 외식 메뉴 중에서도 ‘가성비’가 아닌 메뉴가 돼버린 셈입니다.
오후 출출할 때 찾던 과자 한 봉지 가격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표적인 국민간식 ‘농심 새우깡(90g)’은 2015년 1100원이었으나, 현재는 1500원, 36.3% 인상됐습니다. 소소한 소비의 총액은 어떨까요? A씨의 하루 일상 소비 비용은 2015년 1만 750원이었지만, 2025년에는 1만 5250원으로 41.8%나 증가했습니다.
A 씨는 “요즘 1만 원을 쓰면, 예전에는 1000원 쓰던 기분이에요”라며 웃픈 현실을 전했습니다.
③ 임금 상승률은 소비만큼 오르지 않았다
물가 상승은 어느 나라, 어느 시대나 피할 수 없는 흐름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임금 상승 속도가 그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상용근로자의 월평균 실질임금은 2015년 315만 3000원에서 2024년 357만 2000원으로 13.2% 상승하는 데 그쳤습니다.
물가는 40% 넘게 올랐는데, 임금은 겨우 13% 남짓 오른 것입니다. 같은 월급으로는 더 적은 물건을 사야 하고, 더 좁은 생활을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죠.
④ 할인행사로는 부족한 민생 회복
정부도 이러한 고물가 상황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2025년 7월 한 달 동안 식품·유통업체들과 함께 가공식품 할인행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라면, 빵, 탄산음료 등 반복 구매가 많은 품목들을 최대 50%까지 할인하는 행사인데요. 분명 단기적으로는 가계 부담을 줄여주는 데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물가 상승의 범위는 훨씬 더 넓습니다. 대표적으로 지난 6월 수도권 지하철 요금이 10.7% 인상되었고, 이는 교통비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입니다. 생필품도 마찬가지입니다. 샴푸 13.8%, 치약 4.0%, 섬유유연제 6.5%, 가정용 비닐용품 10.1% 등이 1년 새 줄줄이 가격이 인상되었습니다.
여기에 보험료(16.3%), 이러닝 서비스(9.4%), 사립대 납입금(5.2%), **온라인 콘텐츠 이용료(3.8%)**까지 오르며 서민들의 지출 구조는 점점 팍팍해지고 있습니다.
⑤ 서민의 지갑을 지키는 정책이 필요하다
지금의 고물가는 단순히 ‘비싼 장바구니’로 그치지 않습니다. 이재명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민생 안정'은 그저 표면적인 할인행사나 일시적 보조금이 아닌, 구조적인 해법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교통·주거·교육·통신 등 필수재 중심의 공공요금 통제와 더불어, 실질 임금 상승을 견인할 수 있는 노동시장 정책이 병행돼야 합니다.
또한 중산층과 서민층의 실질 소비 여력을 고려한 정책 설계가 필요합니다. 물가가 올라도 최소한의 소비를 유지할 수 있어야 삶의 질이 보장되고, 내수도 회복될 수 있습니다.
물가를 넘어서 ‘생활’을 살피는 정책이 절실하다
10년 전과 비교한 오늘, 같은 가격으로 우리는 더 적게 마시고, 더 적게 먹고, 더 좁은 공간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생활 전반에서 ‘가격’은 올랐지만, ‘삶의 무게’는 더 무겁게 내려앉았습니다. 직장인 A 씨의 일상은 지금 수많은 서민의 삶과 다르지 않습니다.
단지 통계 수치를 넘어서, 사람들의 일상을 실질적으로 회복시키는 정책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시간입니다. 고물가와 민생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정부의 다짐이 구호에 그치지 않도록, 보다 촘촘하고 지속가능한 대책이 마련되기를 바랍니다.
"1만 원 쓰는 게 꼭 1000원 같아요."
서민의 이 한마디가, 지금 대한민국 경제의 진짜 얼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