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판도를 바꿀 새로운 배터리 거점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배터리 산업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한국 배터리 기업 SK온과 미국 완성차 기업 포드가 손잡고 설립한 합작법인 **블루오벌SK(BlueOval SK)**가 마침내 첫 상업 생산에 돌입했습니다. 이번 소식은 단순히 양사의 협력 이상으로, 한·미 양국의 산업 협력 강화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라는 큰 흐름과도 맞닿아 있어 그 의미가 더욱 큽니다.
켄터키 1공장, 첫 상업 생산 돌입
지난 8월 20일, 미국 켄터키주 글렌데일에 위치한 블루오벌SK 켄터키 1공장이 가동을 시작했습니다. 이 공장은 연간 37GWh 규모의 배터리 생산 능력을 갖췄으며, 포드의 대표 전기차 모델인 **F-150 라이트닝(전기 픽업트럭)**과 **E-트랜짓(전기 화물밴)**에 탑재될 배터리를 우선 공급하게 됩니다.
향후 이 공장은 포드 및 고급 브랜드 링컨의 미래 전기차 모델에도 배터리를 제공할 계획입니다. 이는 단순한 생산 개시가 아니라, 포드의 전동화 전략이 본격적으로 궤도에 오르는 신호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114억 달러 규모의 초대형 투자
블루오벌SK는 지난 2022년 7월 SK온과 포드가 손잡고 설립한 합작법인입니다. 두 회사는 총 **114억 달러(약 16조 원)**를 투입해 미국 내 3개의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기로 합의했습니다.
- 켄터키주 글렌데일 : 1공장(가동 시작), 2공장(가동 시점 미정)
- 테네시주 스탠튼 : 1공장(내년 가동 예정)
켄터키 1공장이 먼저 상업 생산을 시작하면서, 이제 나머지 공장들의 가동 계획도 시장 수요와 정책 환경에 따라 순차적으로 확정될 예정입니다.
미국 내 현지화 전략 강화
이번 블루오벌SK의 가동은 단순히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차원을 넘어, 미국 내 현지화 전략을 강화하는 의미를 가집니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부터 이어진 철강·알루미늄 50% 관세 정책과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등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는 해외 기업들에게 ‘미국 내 생산’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SK온은 이미 **조지아주 커머스에 위치한 SK배터리아메리카(SKBA)**를 통해 미국 현지에서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2022년부터 가동한 이 공장은 현재 배터리 셀 생산 라인이 100% 가동 중이며, SK온의 북미 사업 성장에 크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켄터키 1공장이 가세하면서, SK온은 미국 내에서 복수의 거점을 갖추게 되었고 북미 시장 대응력이 한층 높아졌습니다.
포드의 안정적 배터리 공급 기반
포드 역시 이번 합작 공장의 상업 가동을 통해 큰 이익을 얻게 됩니다. 전기차 시대의 성패는 결국 배터리 안정적 확보에 달려 있습니다. 공급 불안정이나 가격 변동은 완성차 기업 입장에서 치명적 리스크이기 때문입니다.
포드는 최근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한 3만 달러대 전기트럭 출시 계획을 발표하며 가격 경쟁력 있는 전기차 확대를 노리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블루오벌SK에서 생산하는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까지 확보하게 되면서, 포드는 다양한 전기차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즉, 대중형 모델부터 고급형 모델까지 아우르는 전동화 전략을 본격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입니다.
글로벌 배터리 산업의 경쟁 구도
전 세계적으로 배터리 공급망은 크게 한국·중국·일본이 주도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중국 CATL이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지만, 미국과 유럽은 중국 의존도를 줄이는 전략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SK온과 포드의 합작은 미국이 자체적으로 안정적인 배터리 공급망을 확보하는 동시에, 한국 배터리 기업의 글로벌 입지를 확대하는 윈-윈 모델로 평가됩니다. 앞으로 테슬라, GM, 현대차 등 다른 완성차 기업들도 배터리 협력 구조를 강화할 수밖에 없으며, 블루오벌SK는 이러한 변화 속에서 중요한 선도 모델이 될 것입니다.
향후 전망
블루오벌SK의 성공적인 가동은 단순히 배터리 생산을 넘어, 한·미 경제 협력의 새로운 사례로 자리 잡을 전망입니다. 미국은 에너지 안보와 친환경 전환이라는 과제를 해결하고, SK온은 글로벌 톱 티어 배터리 기업으로 도약할 기회를 얻게 됩니다.
앞으로 테네시 공장이 내년에 가동을 시작하면, 블루오벌SK의 연간 총 생산능력은 더욱 확대될 것이며, 미국 내 전기차 생산 확대에도 직접적으로 기여할 것입니다.
블루오벌SK 켄터키 1공장의 첫 상업 생산은 단순히 한 공장의 가동이 아니라, 글로벌 배터리 산업 패러다임 전환의 신호탄입니다. 한국 기업의 기술력과 미국 기업의 시장 영향력이 결합해 새로운 시너지를 낸 이번 협력은 향후 전 세계 전기차 산업 판도를 바꾸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입니다.